[시론] 中企혁신이 IT강국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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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기 <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장 >
얼마전 미국에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여유로운 생활공간과 환경친화적 도시들을 보고 많은 감명을 받은 것 같다.
"그런데 미국 인터넷은 상당히 뒤처져 있던데요. 우리는 PC방에서 1시간에 1천원인데 미국은 5분에 1달러더라고요. 속도도 무척 느리고요"라고 덧붙였다.
한국 인터넷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란 말을 종종 듣긴 했지만 실제 체험해보니 실감이 나더란 얘기다.
미국 포천지도 최근의 특집기사에서 한국은 미국보다 평균 5배나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절반값에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한국이 미래 디지털 최강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나 이용자수 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주로 게임 오락 채팅 등 비생산적인 부분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개개인의 인터넷 활용도에 비해 기업,특히 중소기업의 IT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정보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및 기업혁신 효과가 미흡하다는 게 문제다.
특히 IT화가 진전되면서 우리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8월말 현재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1천6백41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파급효과는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는 등 매우 제한적으로 밖에 일어나지 않고 있다.
특히 수출규모면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휴대폰)의 경우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은 15∼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총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40%와 비교할 뿐만 아니라 전자·전기제품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35% 수준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수출 파급효과가 낮은데는 IT부문의 국산화율이 낮은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5대 수출품 중 자동차와 선박의 국산화율은 80∼95%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반도체(65%) 휴대폰(70%) 등 IT제품의 국산화율은 아직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양극화 현상은 그만큼 관련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취약한 데에 주된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진정한 인터넷 강국이 되려면 인프라와 더불어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정보화가 촉진돼야 한다.
정보화를 통해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업무조직 및 업무 프로세스를 통합·개선할 수 있으며,더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과제는 혁신역량을 갖춘 중소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일이다.
IT분야는 기술 변화가 빠르고 그만큼 재투자 규모도 큰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화와 아웃소싱이 중요한 경쟁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가 전문화된 분야에서 기술혁신역량을 가진 중소기업들을 시급히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끝으로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게 중소·벤처기업 정책도 변화돼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생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하는데 정책적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청의 발전적 기능강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중소기업의 혁신 활동은 그 특성상 정부 업계 학계 및 연구기관간 협업체제가 잘 가동될 때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방분권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는 지방 중소기업청 기능의 지자체로의 이관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
지자체의 경우 자금지원을 중심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시책과 지원방식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강화시켜 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반면 중기청 지방청은 기술개발 및 정보화 사업이나 위험도가 높아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부문 등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의 인재풀 운용이나 정보제공기능이 필요한 부분 또는 전문적 컨설팅이 필요한 부분 등을 중심으로 지원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요자인 중소기업에 궁극적으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