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중소기업들은 은행들이 매출 등 실적 위주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컴퓨터 조립생산업체인 G사는 최근 거래은행으로부터 상환기간이 남아있는 대출금에 대해 20%를 먼저 갚으라는 요청을 받았다. G사 관계자는 "은행측에 항의하자 담당자는 '본부에서 정보통신 업종에 대해서는 무조건 대출금의 20%를 회수하라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플라스틱금형 제조업체인 H사의 김광성 사장은 최근 대전에 있는 전자제품업체 T사에 납품대금 8천2백만원을 받으러 갔다가 당황했다. T사가 4개월짜리 어음을 끊어줬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어음을 할인받기 위해 거래은행에 가져갔으나 은행측은 비상장기업 어음이어서 할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히려 은행측은 이달말로 돌아오는 대출금 4억원을 즉시 상환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사장은 "납품대금으로 42명의 임직원에게 추석상여금을 주려고 한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며 "당장 4억원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가스공급업체인 D사의 L사장은 "최근 만기도래한 대출금에 대해 전액 상환이 어려워 20%를 갚고 만기 연장을 요청했는 데 기존 이자율 7%의 두배가 넘는 18.66%를 요구했다"며 "다른 방법이 없어 그 이자율로 만기 연장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규창 신용보증재단연합회 회장은 "중소기업들이 추석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은 경기하락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대부분 줄어든 상황에서 은행들이 매출실적 기준으로 대출심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소업체 사장은 "정부가 은행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채근하지만 일선 창구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며 "연쇄 도산위기에 몰린 업체들을 살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자금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치구·송태형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