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같은 귀여운 토끼도 죽고싶을 때가 있다는 가정하에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는 토끼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나왔다. 영국의 만화가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거름刊)의 원제는 '자살하는 토끼에관한 책'.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죽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토끼의 기상천외한 자살 기도에초점을 맞춘다. 하얗고 앙증맞은 토끼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2차 세계대전의 일본군 병사가 할복하는 순간 병사의 등 뒤에 찰싹 붙어 함께 칼에 찔린다. 토끼는 실연으로 절망하는 노처녀 앞에서 '운명적 사랑'이라는 영화의 비디오를틀고, 상어가 우글대는 수족관 유리를 망치로 깨뜨린다. 다른 동물들이 다가올 대홍수를 피해 노아의 방주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 토끼는 방주 옆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긴다. 귀엽고 순수한 얼굴로 죽음에 대한 공포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죽으려고기를 쓰는 토끼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한번 살아보자'는 생각이들게 한다. 죽으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죽기 위해 온갖 기발한 방법을 시도하는 토끼를통해 작가는 죽음도 웃음으로 바꾸고 삶을 느긋하게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전해준다. 96쪽. 6천500원.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