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고의 내과의사로 손꼽히는 편작은 약 2천5백년 전 춘추시대 인물로 진맥에 뛰어났을 뿐 아니라 인체내부를 훤히 꿰뚫어 보는 영험한 시력을 소유,질병을 조기 발견하여 침과 약재로 환자를 기사회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백성들이 무당이나 주술로 병을 치료하는 것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도 사이비종교단체에서 불치병을 완치시켰다거나,엉터리 만병통치 약을 인터넷을 통해 선전판매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편작은 예방의학의 창시자요 전통 동양의학의 시조로 추앙받아 마땅한 것 같다. 화타는 편작보다 약 8백년 뒤 후한 말기에 등장한 인물로,동양최고의 외과의사라 할 수 있다. 관운장이 독화살에 맞아 죽을 운명에 처했을 때 화타가 상처부위의 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할 동안 관우는 태연하게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고 고통스런 비명이나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관운장의 무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마취약을 사용했다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화타는 '마비산'이란 마취약을 사용했기 때문에 당시 최고의 외과의사가 될 수 있었다. 화타나 편작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돌보고 치료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수많은 환자들이 이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음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요즘 환자들은 주위에 있는 수많은 화타와 편작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학은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장치(MRI) 등 장비를 활용,편작과 같은 신비의 시력을 갖지 않고도 인체 내부를 속속들이 알아볼 수 있게 되었고,크게 절개하지 않고도 대수술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게 됐다. 마취기술이 발달하면서 통증 없는 쾌적한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무통수술 시대를 맞고 있다. 성형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수술 통증 걱정으로 한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종종 듣는다. 하지만 무통수술을 경험한 환자들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을 곧바로 깨닫게 된다. 통증 없이 시술자와 대화를 나누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무통수술방법은 외과 의사들을 화타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늘날의 의사들은 화타나 편작 못지않은 의료기술을 갖추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냉엄한 현실경제와 열악해진 진료환경 사이에서 인술에 쉽게 접근하지 못한 채 배회하고 있는 어설픈 명의 후보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www.changep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