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초기 암에 대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대신 고주파 치료법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수술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후유증도 없다.


따라서 암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장면을 떠올리면서 그 후유증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됐다.


이 뿐만 아니다.


고주파는 통증치료 피부미용 성형 등으로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고주파가 새로운 치료나 시술 수단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의 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고주파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열로 질환부위 태워


고주파 치료는 가느다란 전선에 고주파를 흘려서 생기는 열을 이용,인체에 탈이 난 부위를 태워 없애거나 통증을 줄이는 것이다.


고주파는 처음에는 주로 통증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10여년 전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의 암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 것을 시발로,이비인후과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이비인후과에서는 3~4년 전부터 '코블레이터'라는 고주파 기기로 만성 코막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암을 비롯 요통,전립선 비대증,하지정맥류 치료는 물론 사각턱,주름살,튼살 등 미용을 위한 치료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고주파는 질환 부위 이외의 주변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


흉터가 생길 우려도 없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치료할 수 있다.


◆4cm 이하 간암에 치료효과 높아


간암에도 고주파열 치료 효과가 높다.


전극이 달린 바늘을 간암 세포내에 삽입해 고주파를 발생시키면 암세포 속의 이온들이 서로 부딪쳐 1백도 이상의 열을 내면서 종양조직만 선택적으로 타게 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센터는 최근 간암 크기가 4cm 이하일 경우 단 한번의 치료로 암 세포의 90%를 죽일 수 있다고 밝혔다.


4cm가 넘는 경우에도 3∼4회 치료하거나,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동맥 색전술을 병행한 결과 우수한 효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초기에는 3cm 이하 간암만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장비와 치료기술 개발에 힘입어 5cm 이상의 간암이나 암세포가 3∼4개 이상인 경우에도 시술할 수 있게 됐다.


단 한번의 치료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며 환자가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술 시간도 20∼30분에 불과해 입원하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전이성 간암도 치료할 수 있다.


◆초기 전립선암 후유증 없이 치료


삼성서울병원은 남성암 중 증가율 1위인 전립선암을 고밀도 초음파 치료기로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을 최근 선보였다.


초기 전립선암(1,2기)에는 전립선 전체를 제거하는 전립선 절제술이나 방사선을 조사하는 치료법이 사용돼 왔다.


그러나 전립선 절제술은 4시간 가량 전신마취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요실금,발기부전 등 휴유증까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방사선 요법의 경우 방사선으로 인해 합병증이 일어나는 단점이 있었다.


고밀도 초음파 치료기의 경우 수술부위와 그 주변의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부분 마취로 시술을 할 수 있다.


입원 기간도 3일로 기존 치료법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기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삼성서울병원의 최한용 교수(비뇨기과)는 "이 치료법은 전립선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전립선 암 환자에게만 시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직장에 삽입한 기구를 통해 고밀도 초음파가 직장 벽을 통과,전립선에 전달돼 해당 부위에 고열을 발생시키면서 암 조직이 죽게 된다.


시술 시간은 전립선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보통 1∼3시간 정도 걸린다.


◆사각턱 교정 및 피부에 탄력을


사각턱 교정에도 고주파가 도입됐다.


구강 안쪽에 특수 고주파 바늘을 삽입해 교근에 고주파 전류를 흘려보내면 근육 조직이 응고되면서 수축이 일어나 큰 턱이 줄어들게 되는 RF 교근 축소술이다.


턱을 감싸고 있는 저작근육 중 하나인 교근은 50%를 제거해도 인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시술 시간은 양쪽 턱 기준으로 약 20분이며 흉터가 생기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


이원석성형외과 이원석 원장(www.prettyko.com)은 "턱뼈를 싸고 있는 교근을 제거해 턱선을 갸름하게 만드는 것으로,턱뼈가 아니라 근육이 발달해 사각턱이 된 사람이 시술 대상"이라며 "근육 세포의 부피가 줄어드는 보톡스와는 달리 근육세포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반영구적으로 효과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고주파는 주름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화학 박피나 레이저 시술은 피부 표층에 인위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에 피부가 벗겨지거나 붉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비해 고주파를 이용하면 피부 표면에 상처를 내지 않고 노화된 콜라겐을 자극해 새로운 콜라겐의 생성을 유도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잔주름을 개선하고 피부 탄력을 회복시켜 준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www.beautyskin.co.kr)은 "고주파는 피부 안쪽에서부터 촘촘하게 콜라겐을 재배열시켜 팽팽하게 만들며,모공수축 및 기미 주근깨 등 잡티를 줄이거나 없애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 통증도 제거


허리 통증에도 고주파가 널리 이용된다.


척추 부위가 아닌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인 신경가지를 찾아서 신경을 아예 응고시켜 통증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고주파 신경치료술'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치료술은 방사선 영상증폭 장치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척추 내부를 관찰하면서 통증유발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낸 다음 그 부위에 고주파 주사바늘을 찔러 넣고 열을 가한다.


신경가지에 열을 가하기 때문에 완전히 마비될 때까지는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나누리병원 장일태 원장(www.nanoori.co.kr)은 "단 한번 치료로 1년 정도 신경마비가 지속된다"며 "통증 원인을 근본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 자체만을 없애는 것이므로 치료 후 1년 정도 지나 신경가지가 재생되면 통증이 다시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