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역 부근의 한 대형 은행 지점.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자산운용 상담을 요청했다. 은행을 택한 것은 예금과 적금뿐 아니라 펀드와 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만큼 가장 적합한 자산운용 방안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30대 상담원은 세 가지를 물어왔다. 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며 운용기간은 어느 정도인지,그리고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이 있느냐가 그것이었다. 3천만원을 장기간 투자하고 싶다고 했다. 또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일반예금에 별도로 7백만원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특별이자율이 연 4%인 1년짜리 정기예금에 2천만원을 넣어둘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해외 뮤추얼펀드나 적립식 운전자보험 등에 가입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주식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는 어떤지 물어봤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적합한 타이밍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설계 전문가를 만나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평가를 부탁해 보았다. 그는 금융상품 추천에 앞서 고객의 나이와 가족상황 월수입 등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는 게 상담원의 첫 번째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를 찾으면 고객이 귀찮아 할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질문 내용과 거론한 상품들이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기간 운용하겠다는 자금을 1년짜리 저금리 정기예금에 넣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40대 초반의 경우는 여유자금의 절반 이상을 다소 위험이 있지만 장기간 투자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우량주나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도록 조언하는 게 정석이란 설명이다. 특히 주식평 펀드를 장세에 따라 투자토록 종용하는 것은 장기 투자 상품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는 결과라고 폄하했다. 투자자 교육에 앞서 금융회사의 직원 교육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절감한 하루였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