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치자금 기업인 수사'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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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가 23일 지난 대선 때 서청원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 10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를 끝으로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에 대한 1심 재판이 모두 끝났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대선자금과 관련된 기업인에 대한 사법 처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법원은 기업인들에 대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강조해온 '국민 경제를 고려한 처리 방침'과 법원이 밝혀온 '수동적 정치자금 제공'이라는 점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과 함께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사법부가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며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한 고심어린 판단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대선자금 사건에 관련된 기업들은 대부분 국내 간판기업들로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기업인들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자연 기업경영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더욱 주름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게 법조계 주변의 설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얼마 전 이해찬 국무총리로부터 신임 인사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대선자금 수사 때 불법자금 조사는 당연하지만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해 기업인을 보호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인들은 이번 대선자금 수사를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리는 계기로 삼고,정치권은 정치자금 때문에 더이상 기업을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주문이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의 등쌀에 못이겨 기업인들이 해외로 나가고 선거가 끝나면 줄줄이 법정에 서는 모습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동균 사회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