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 성장률이 5% 안팎에 이르는 것을 전제로 내년 세입예산을 올해보다 7.1% 늘린 1백30조6천여억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내년 중 경기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아 재정 적자폭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세입(稅入)은 정부가 지출할 예산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것으로 경제성장률이 예상치에 못 미쳐 세입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적자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고,추가경정예산 수요까지 감안하면 재정적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낙관론에 근거한 세입예산 재정경제부는 내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상성장률을 8%(물가상승분 포함,실질성장률은 5%)로 잡고 수출은 2천7백30억달러,수입은 2천2백50억달러로 예상해 세입전망치를 내놓았다.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은 1천1백50원선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세입예산 편성 기준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25% 이상 늘어나는 데 이어 내년에도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국제유가 변동과 세계정세 불안 등 대외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고유가 상황이 악화되고 중국 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경우 내년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를 기록하거나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세부담률은 올해와 비슷 허용석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내년 경상성장률이 8%를 넘어설 경우 세금 수입은 누진세율 체계에 따라 8% 이상 증가해야 하지만,소득세율 인하 등 세금감면 조치로 인해 7%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2%포인트,소득세율이 1%포인트 낮아짐에 따라 2조1천억원의 세금수입이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19.7%)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소득세율이 내년부터 1%포인트 떨어지지만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세금 중과 등의 영향으로 소득세부문 총수입은 올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법인세 역시 12월 결산법인들의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덕분으로 그만큼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고유가 여파로 기업들의 순이익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세수전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이 소득세율 대폭 인하 등 추가적인 감세(減稅)를 주문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한편 재경부는 총 조세수입에서 직접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 52.2%로 올해(53.1%)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세 법인세 등 개인과 기업에 직접 부과되는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등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