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통신장비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캐나다의 세계적 통신장비업체인 노텔네트웍스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제휴 방법으로는 합작사 설립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23일 "노텔측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러나 LG전자가 합작을 포함해 조만간 가시적인 제휴를 성사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의 통신장비 사업부문은 휴대전화용 통신장비와 광통신 장비를 비롯 키폰시스템 교환기 등을 다루는 사업부로 연간 매출이 7천억원 수준이다. LG전자가 노텔과 제휴협상에 착수하게 된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통신장비 사업의 향후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선 이동통신이 발달하면서 유선 통신장비 시장이 크게 위축된데다 유·무선을 막론하고 통신장비 단가가 대폭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업체들의 W-CDMA 사업이 늦춰지면서 관련 업계가 신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LG전자는 2002년 통신장비 사업부문에서 7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소폭 적자를 냈다. 이 같은 비관적인 시장 전망 탓에 그동안 업계 일각에선 LG전자가 통신장비사업 부문을 해외에 매각할 것이란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회사 관계자는 그러나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현재 휴대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통신장비사업을 매각하기보다는 합작사를 설립하는 게 이익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세계 3대 통신장비업체인 노텔의 마케팅 능력과 영업망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경우 오히려 흑자 사업부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텔 입장에서는 LG전자와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국내 주요 고객인 KT에 대한 영업력을 보강할 수 있는데다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LG전자 구미공장을 확보하게 되는 만큼 본사에서 들여오는 장비에 대한 통관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수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내년에 활발한 투자를 약속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통신장비 사업을 끌고나가는 것보다는 유수업체와 합병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