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탁으로 대출받아준 2천만원을 갚기위해 주식을 샀지만,휴지조각이 되는 바람에 1억3천여만원의 빚을 졌죠.한달에 1백65만원씩 82개월간 갚아나가겠습니다."(공무원·37세) "주식투자 실패로 9천여만원의 빚을 져 한때 전기, 가스 공급이 중단되고 전화마저 끊겼어요."(공기업 회사원) 개인회생제 시행 첫날인 23일.서울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 14개 법원 개인회생제 접수창구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채무자 수천여명의 방문과 상담전화가 줄을 이었다. 수도권 지역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새벽5시부터 채무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0시30분,방문자 수가 1백여명을 넘어서자 상담요원과 접수담당직원 등 20여명은 거의 선 채로 질문에 답해야 했다. 안내직원인 이모씨는 "상담신청에서 접수까지 1인당 평균 40여분 걸리고 있어 5개 창구로는 부족할 것 같다"며 "방문자가 폭증할 경우 설명회 형식의 '집단 상담'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지역 첫 개인회생신청자는 30대 국영기업체 직원.접수를 대리한 김관기 변호사는 "신혼에 시작한 부업이 실패해 7천여만원의 빚을 진 케이스"라고 전했다. 그는 한달 1백86만원의 소득 중 기초생활비를 제외한 '가용소득' 28만원을 8년간 갚겠다는 변제계획도 함께 제출했다. 계획이 인가되고,제대로 이행할 경우 전체 채무액 중 57% 정도가 면책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 법원을 찾은 채무자 대다수는 개인회생제 개념과 신청서 작성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채 무작정 법원을 찾은 경우여서,상담단계에서 발을 돌려야 했다. 때문에 이날 전화 및 방문상담은 전국적으로 2천여건이 훌쩍 넘었지만,실제 공식접수된 개인회생건수는 49건에 그쳤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상담자 중 40%정도만 신청자격이 있고 일부는 자격이 안되거나,아예 파산을 신청해야 할 상황"이라며 "가능한한 법률전문가나 법률구조공단 등의 도움을 받아 변제계획,가압류금지명령 신청서를 첨부하는 등 신청서류의 완성도를 높여 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채무자들은 까다롭고 복잡한 서류작성과 어려운 법률용어 때문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남편 사업이 망해 사채와 카드빚 3억여원을 진 채 딸의 월급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전모씨(47)는 "안내책자와 양식만 1백페이지에 달해 읽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며 "인터넷 홈페이지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호소했다. 법원을 찾은 오명근 변호사는 "1명분 서류를 작성하는 데에도 며칠밤을 새워야 할 정도"라며 "법적 분쟁이 끼어 있을 경우는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