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찬반으로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4일 재경위 소속의원 전원(2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화폐단위 변경에 대해 긍정적 입장과 부정적 입장을 가진 의원은 각각 12명씩 절반으로 양분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당의원들은 대체로 찬성인 반면 야당의원 대다수는 반대 입장이어서 화폐단위 문제가 정치권에서 본격 논의될 경우 여야간의 팽팽한 논리대결이 예상된다. ◆구체적 논의 시작해야=최근 화폐단위 변경을 골자로 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민주당 김효석 의원을 비롯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 등 6명의 의원들이 적극적인 입장에 섰다. 김효석 의원은 "경제규모 증대에 맞춰 2008년부터 화폐단위를 낮춰야 한다"며 "유로화 편입을 위해 화폐단위를 낮춘 이탈리아의 경우 물가상승이 0.2%밖에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제창 의원도 "단위절하를 늦추면 늦출 수록 비용이 더 커진다"며 "3∼5년 후 시행을 목표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의 박병석 문석호 박영선 의원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가세했다. 한나라당에선 유일하게 임태희 의원이 찬성 대열에 동참했다. 단위변경 비율은 주요국가의 통화와 비교했을 때 1천분의 1이 적당하다는 의견에 6명 모두 동의했다. 새 지폐의 '인물모델'은 여론을 수렴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필요성 인정하되 신중히 접근해야=6명(여 4,야 2)의 의원들이 조건부 찬성 의견을 내놨다. 장기적 차원에서 검토는 가능하지만 매우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단위절하를 검토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화폐단위 변경이 국가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은 아니므로 호들갑 떨지 말고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계안 의원도 "화폐단위 변경은 장기적 과제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단위를 낮추면 현행 1달러당 4자리 수의 원화 단위에서 벗어나므로 원화의 국제적 위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당 이상민 송영길 의원과 재경위원장인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도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시기상조이므로 '반대'=반대론자 12명 중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이 9명이나 차지했다. 반대론자 중 열린우리당 김진표 정덕구 의원,한나라당 최경환 이종구 의원 등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 4명이나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화폐단위를 낮출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뒤따르는 데다 현 경제상황이 '한가하게' 화폐단위 절하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진표 의원은 "화폐단위 변경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정덕구 의원도 "화폐단위 변경은 경기활성화와 연관이 없으므로 정부는 다른 문제에 전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경환 의원은 "화폐단위를 낮추면 경제불안 심리를 더욱 부추기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고,이종구 의원은 "화폐단위를 거론하기 전에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밖에 한나라당 엄호성 윤건영 이혜훈 김양수 의원 등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화폐단위를 바꾸면 국민들에게 근심거리만 더 주는 꼴"이라며 반대했다. 박해영·양준영·최명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