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한승훈씨(31)는 최근 서울 서초구 한 주류전문 판매점에서 칠레산 와인 '몬테스 알파 메를로'를 3만8천원에 구입했다. 이는 지난 4월1일 발효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이전 가격과 똑같은 것.한씨는 "한·칠레 FTA로 관세가 내렸다는데 소비자 판매가격은 왜 싸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칠레산 와인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한씨와 같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칠레 FTA의 긍정적 효과로 예상됐던 칠레산 수입 식료품과 농산물의 가격인하 효과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FTA 발효에 따라 칠레산 와인에 대한 관세율은 종전 15%에서 12.5%로 인하된 상태다. 이 관세는 매년 2.5%포인트씩 낮아져,5년 뒤인 2009년부터는 '제로'(0%)가 된다. 즉,현재 관세 인하 수준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가격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다. 칠레산 '산페드로'와인을 독점 수입하는 K사 관계자는 "현재 2.5%포인트 관세 인하로는 수입 단가가 몇 백원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칠레산 와인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업체들이 유통비와 마케팅 비용에 전가시켜 가격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칠레산 와인의 인기는 최근의 수입량 추이에서도 증명된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칠레산 와인 수입규모는 2백83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백38%나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입급증은 관세인하 등 가격요소에 따른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와인판매업체 와인나라의 김혜정 팀장은 "포도주 소비량 증가추세에 맞춰 작년 하반기부터 상대적으로 중·저가인 칠레산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칠레산 수입증가와 FTA효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칠레산 포도는 11월부터 4월까지만 관세 인하(계절관세)가 적용되는 데다,이 기간은 국내에선 포도 비수기여서 역시 가격인하 효과가 미미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