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9월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재수출됐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1년 넘게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서영주 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24일 "국내 A업체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중국을 통해 북한에 1백7t의 시안화나트륨을 수출한 사실을 같은 해 10월 검찰 고발과정에서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A업체는 검찰 수사과정에서 애초부터 시안화나트륨의 북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산자부는 당시 언론은 물론 어떤 공식 채널을 통해서도 이같은 사실을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산자부측은 "당시 검찰 수사과정 자체가 공식적인 사건 공표"라고 주장했지만,당연히 뒤따랐어야 할 사건의 전모 공개를 회피함에 따라 제3국을 통한 전략물자의 대북한 유출사건이 꼬리를 잇도록 방치한 데 따른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올해 5월 국내 업체가 태국에 수출한 시안화나트륨 가운데 71t이 북한에 재수출되려다 적발된 사건과,이번에 새롭게 밝혀진 한국산 시안화나트륨의 말레이시아 경유 북한수출 사건도 정부의 관리 부재가 불러온 '예고된 사고'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1차적인 책임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수출한 업체에 있지만,정부가 북한 유입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던 1년 전에 대책을 세우고 업체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면 추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 용어풀이 ] ◆시안화나트륨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불법 수출된 것으로 확인된 시안화나트륨(NaCNㆍsodium cyanide)은 '청화소다'로도 불린다. 일반적으로는 금속도금 제초제원료 등 산업용에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로 한국 외에 미국 일본 등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일각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시안화나트륨으로 맹독성 화학무기인 '시린가스'를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살상력이 충분한 화학무기로 얼마든지 전용이 가능하다는게 전무가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