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은행독주' 견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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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은행의 독주'를 본격 견제하기 시작했다. 그 선봉엔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서 있다.
윤 위원장은 특유의 강단으로 은행들을 압박해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진 가운데 은행만 커져서는 금융산업,나아가 국가경제의 균형 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토록 요구하는가 하면 '방카슈랑스 꺾기',자회사 확장 등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
은행을 압박해 실물분야로의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증권,보험 등 제2금융권과의 동시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일단 순응하고 있지만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제동걸리는 은행의 자회사 확대
금감위는 24일 은행의 자회사 출자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은행이 자기자본의 15%를 넘겨 30%까지 자회사에 출자하려면 금감원의 경영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그동안은 3등급 이상이면 자기자본의 30%까지 출자가 허용됐다.
여기서 자기자본은 기본자본 외에 보완자본까지 합한 개념이다.
따라서 이 같은 요건 강화가 당장 은행의 출자 및 투자에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
일례로 3등급인 하나은행은 지난 6월 말 현재 자기자본이 5조6천억원으로 자회사 출자총액 한도가 8천4백억원이다.
반면 현재 출자액은 1천2백억원에 그쳐 7천억원 이상 여유가 있다.
하나은행이 대투증권을 최고 4천억원선에 산다 하더라도 자기자본의 15%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대투증권을 인수하고 난 뒤 다른 제2금융권 회사를 추가 인수하려 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출자금이 문제가 돼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한 은행 임원은 "이번 금감위의 규정 개정은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투자확대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화되는 은행 업무 감독
금감원은 다음달 4일부터 은행이 대출해 줄 때 보험을 끼워파는 '방카슈랑스 꺾기'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를 끝낸 뒤에는 제2단계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자동차보험 판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재정경제부에 전달키로 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중소 보험사의 견해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는 윤 위원장의 지적 등을 감안,2단계 방카슈랑스의 연기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회수에 대한 전면조사도 진행 중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22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특별한 문제가 없는 데도 만기가 남아있는 대출을 회수하는 등의 사례가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재경부와 한국은행도 은행 압박에 동참
재경부 한은 금감원은 지난 20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금을 회수할 때는 그 사유와 절차를 은행 내규에 명시토록 했다.
한은은 특히 총액한도대출 배정 때 중소기업 대출 비중 및 만기연장비율이 높은 은행을 우대키로 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달 콜금리를 인하한 후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는 은행권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과 관련된 정부의 이 같은 압박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금융계 인사는 "은행들의 대출 관행이 개선되려면 우선 금융감독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대출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무조건 담당직원에게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체제에서는 대출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