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차오양취는 전시회를 열기 위한 각종 전시장을 비롯한 호텔 등의 시설이 갖춰진 중국 최대의 전시 센터 구역이다. 이곳의 중국국제전람 중심에서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세계 각 국의 자동화기기 로봇 측정기기 분야 6백여 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제15회 자동화기기전시회(MICONEX)'가 열렸었다. 이 전시회는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세계 각 국의 자동화기기업체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지멘스와 GE,요코하마,에머슨 등 굴지의 기업들이 부스를 꾸몄다.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술력이 우수한 데다 가격경쟁력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카탈로그는 개막 첫날부터 몰려든 중국 바이어들 때문에 하루 만에 동이 날 정도였다. 통역원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까지 써야 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한국기업과 상담하기 위해 부스별로 1천~2천 명씩 방문했다. 감속기 업체인 삼양감속기의 부스를 찾은 바이어도 약 2천여 명에 달했다. 준비해간 카탈로그와 홍보용 CD는 일찌감치 동이 났다. 이 회사 이원영 대표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 참가했는데 대리점 계약을 맺겠다고 나서는 중국 업체가 많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테스터기기업체인 그린텍시스템의 정인 대표도 "수출거래를 할 중국기업 여러 곳을 확보했다"며 "중국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감속기 업체인 TSRM의 따이쉐쥔 업무경리는 "한국제품의 품질이 선진국 제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이번에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기술력 있는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릴 경우 얼마든지 시장이 있다는 점을 중국전시회는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계기였다. 10년 불황의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일본의 저력도 중소기업의 꾸준한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뒷받침됐다. 일본 중소기업의 국내 생산액 대비 수출비율은 20.3%로 대기업의 33.9%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1995년 이후 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수출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 2002년 4/4분기부터는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이 대기업을 앞질렀다. 중소제조업체들이 해외시장이라는 대안을 적극 모색해 활로를 열었다는 결론이다. 업종에 따라 퇴출이 불가피한 부문이 있는가 하면,같은 업종이라도 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제품이 있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중국시장에 이어 러시아시장도 국내 기업의 공략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고속성장세를 타고 있는 데다,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어 개발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프라 투자가 2백억 달러 규모를 넘는 만큼 한국 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김용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과 세르게이 보리소프 러시아 중소기업협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양국 간 중소기업의 무역 및 투자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날 업무협정에는 △한·러 기업협력 강화를 위한 우호적 비즈니스 환경 조성 △한·러 중소기업간 정보제공 및 비즈니스 파트너 추천 △한·러 세미나,국제회의,엑스포 개최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가 중국시장에 이어 새로운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새롭게 투자할 대상과 분야가 분명하게 있고,틈새를 공략할 만한 사업이 있는데도 금융회사가 정한 잣대가 걸림돌이 돼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하는 것이 국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가격부담을 중소기업들이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떠안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에서,자금을 회수하거나 투자를 중단해선 안 된다. 중소기업이 신바람을 갖고 경영하기 위한 기본 토양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따라서 보다 구체적인 지원대책과 함께 정부차원에서 전망과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화·국제화시대에서 단단한 기술력과 서비스정신,특화된 기술력으로 무장하고 예고된 '글로벌 기업'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우량업체들이 있다. (주)렉스켄과 (주)아이시프트,파인스톰,건영H&C,이노다임 등이 바로 그런 업체들이다. 인력난과 자금난,내수위축 등으로 기업경영 여건이 최악으로 치닫는 극한상황 속에서도,각 분야에서 빛을 발하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마켓 리더'들의 경쟁력을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