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한 열린우리당의 월가 투자설명회(IR)는 내용을 떠나 행사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행정부와 기업이 아닌 정치권이 월가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28일 CSFB가 맨해튼팰리스 호텔에서 주관한 투자설명회 기조연설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시장개혁의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천 대표는 "시장개혁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개혁에서 속도와 범위의 조절은 있을지언정 시장경제 체제를 지향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전은 "투자자들은 개혁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집권당의 약속을 지켜볼 것"이라며 "언행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다음 방문 때는 지금보다 좁은 방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문제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한국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헨리 세거맨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임시직을 일정수 이하로 줄이는 쿼터제도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것은 한국 정부가 지향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집권당의 견해를 물었다. 정치권이 과거사 규명 같은데 시간을 쏟지 말고 국가 경제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천 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나 개정 같은 개혁조치들이 균형감각을 갖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투자설명회가 끝난 뒤 이뤄진 개별 회사와의 면담에서 미국의 대규모 투자회사 중 하나인 라자드 자산관리회사는 "한국경제의 전망이 밝아 본격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는 11월1일 니컬러스 브래트 이사를 책임자로 하는 한국법인을 설립한 뒤 수십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라는 의향을 대표단에 밝혔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도이치 자산관리회사도 "현재 1조3천억원가량을 한국에 투자하고 있으며 앞으로 투자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