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공부짱 형ㆍ싸움짱 동생의 갈등ㆍ화해 '우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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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가족사진은 어린 두 형제의 앞날을 예고한다.
동생은 의젓한 자세로 정면을 보고 있지만 왜소한 체구의 형은 고개를 떨군 채 어머니(김해숙) 품에 안겨 있다.
'당당한' 동생과 '고개숙인' 형은 안권태 감독의 새영화 '우리형'을 관통하는 이미지다.
동생의 보호자로서 아버지 같은 형을 그렸던 '태극기 휘날리며'와 대조적으로 이 작품은 연년생 형제의 친구이자 경쟁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한다.
전쟁을 소재로 내세웠던 '태극기…'와 달리 일상에서 생겨나는 질투와 갈등의 정서가 드라마를 끌어가는 동력이다.
언청이로 태어난 형 성현(신하균)은 열등감으로 인해 형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반면 활달한 성격의 종현(원빈)이 그 자리를 넘보게 된다.
이같은 가족 질서의 붕괴는 정서적인 균열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점한 성현과 그의 '첫사랑' 미령(이보영)을 차지한 종현은 결코 화해할 수 없을 듯이 보인다.
그러나 두 형제가 공동 운명체임을 강조한 대목은 비록 짧지만 주제를 효과적으로 집약하고 있다.
타인들의 공세에 형제가 함께 맞서거나 동생의 업보를 형이 짊어지는 종반부가 그것이다.
성현의 입술 상처,종현의 머리 상처도 이들의 연대감을 강화하는 장치다.
가족 사진을 통해 동생이 형의 흔적을 회상하는 구성은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새삼 되돌아보게 만든다.
비극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은 영화를 보는 부담을 덜어준다.
"몸살이 나서 씹었다네.아스피린…"이라는 미령의 유치한 시구에 대해 "나는 당신의 보디가드"라고 종현이 응수하는 장면은 우리네 옛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등장 인물들이 사용한 투박한 사투리도 가족관계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원빈은 어머니의 편애로 인한 소외감으로 과격해지는 동생 역을 잘 그려냈고 신하균도 동생에 대한 미안함으로 방어적으로만 행동하는 형의 심리를 적절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종현이 미령에 대한 애정을 돌연 접는 상황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미령 오빠와 종현간의 악연이 종반부까지 지속된 반면 중심인물 중 하나인 미령이 중반쯤 화면에서 사라진 것도 극적 구성력을 약화시킨다.
8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