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우리증권 통합효과요? 글쎄요,좀 두고봐야죠."


LG투자증권과 우리증권이 합병하면 선두주자로 부상,증권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기대에 대해 전문가들은 물음표를 달고 있다.


영업내용과 서비스에 큰 차이가 없는 '붕어빵식 합병'이라는 게 그 이유다.


지금과 같은 규제정책이 지속된다면 몸집만 커질 뿐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이 깔려있다.


현재 58개 증권사 중 80% 가까운 46개가 종합증권사다.


하지만 비합리적 규제 때문에 차별화된 서비스제공보다는 수수료 인하와 같은 가격경쟁에 매달려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동원증권 이철호 책임연구원)


실제 지난해 증권사 영업이익 중 위탁매매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4.0%로 미국(17.8%)의 3배를 웃돌았다.


또 대형증권사들이 투자은행을 지향하고 있지만 투자은행(IB)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투자은행업무의 수익기여율은 우리의 11배인 44%에 달한다.


이로 인해 최근 3년간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영업이익률(ROE)은 은행(14.31%)의 3분의 1인 4.84%로 급락했다.


증권업계 구조조정론이 급부상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의 반영이다.


합병을 통해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나와야 기업금융(IB)분야 등에서 외국계의 독식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연구원 박상용 원장은 "미국 증권사들도 1970년대 중반 수수료를 자율화하면서 위기에 몰렸지만 전략차별화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았다"며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외국계 증권사들이 기업금융 부문을 독식하고,위탁매매시장도 20% 넘게 잠식할 정도로 한국 증시가 글로벌화됐기 때문에 덩치만 키우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정무일 연구원)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증권사 수를 줄이기에 앞서 전문화된 영역을 가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증권업은 특성상 보다 공격적으로 상품을 운용하나 비합리적 규제장치가 많아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한 증권사가 역금리 채권상품(금리등락에 따른 수익차별화)을 선보이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포기한 게 한 예다.


업계는 △은행에만 허용되는 장외파생상품 취급허용 △선물업 겸업 허용 △유가증권의 범위확대 등과 같은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가 파생상품이나 선물을 취급하는 데 있어 은행에 비해 차별을 받을 이유가 없으며,유가증권의 범위도 우리나라만 주가와 주가지수선물로 한정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증권사의 합병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주가 기준 합병비율을 30% 범위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개정해야 한다(증권연구원)는 지적이 그것이다.


주식매수기간을 연장해 자금부담을 덜어주고 합병에 따른 과세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한국 증권산업이 3∼4개의 선도사,10∼12개의 전문화 회사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