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금융권 주변을 맴돌면서 금융회사의 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을 통한 민간부문 자금공급이 갈수록 위축되는 데다 유가증권 투자도 대부분 금융채나 국공채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4분기(4∼6월) 중 금융부문에서 기업 개인 정부에 공급한 자금은 모두 11조8천억원으로 전분기 25조9천억원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이 가운데 대출 형태로 공급한 자금은 전분기 절반 수준인 7조7천억원에 그쳤다. 나머지 4조1천억원은 기업어음(CP) 회사채 주식 국공채 매입 등을 통한 자금공급이지만 이 역시 전분기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국공채 매입액 4조7천억원이 포함돼 있어 금융부문의 기업 유가증권(회사채 CP 주식) 인수를 통한 자금공급은 오히려 마이너스 상태인 셈이다. 이와 함께 금융부문의 자금운용액 중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금융채에 10조5백60억원이 몰렸다. 전분기(5조6백2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기업이 발행하는 CP를 1·4분기 금융부문에서 2조원 매입,그만큼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갔으나 2·4분기에는 2조1천억원 순상환이 이뤄져 자금이 오히려 금융권으로 환류됐다. 대기업들이 CP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줄이고 있을 뿐 아니라 여유자금으로 기존 CP마저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부문의 자금수요가 둔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이 마땅히 돈을 굴릴 데를 찾지 못하면서 다른 금융회사가 발행한 금융채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자금중개 기능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