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을 버린다. 그러나 더 큰 것을 얻는다.'


인문계 고교와 4년제 대학이라는 안정적 코스를 자진 반납하고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한 통 큰 아이들,바로 특성화 고교생들이다.


도전적 제목의 신간 '그래 엄마,나 미쳤어'(서철인 엮음,맥스미디어)에는 재학생 14명과 졸업생 11명의 당당한 자기 목소리가 실려 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공부하기가 싫어 죽고 싶다던 그들.지금은 '자신의 꿈을 요리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는 데' 열중이다.


그것도 신나고 재미있게.


한국조리과학고 2학년 민규.초등학교 때부터 외국어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해왔다.


어느날 느닷없이 "조리학교에 가겠다"는 반란성 선언을 해버렸다.


엄마는 기절초풍,믿었던 담임 선생님도 "절대 반대." 입시를 코앞에 둔 날까지 지구전을 편 끝에 겨우 승락받아 수석 합격.한식 조리사 자격증은 이미 땄고 양·일·중식,복어,조주(造酒) 자격증 곧 취득 예정. 호텔경영학도 공부할 계획이다.


보석 디자인과 세공을 배우는 한진고교생 미림.국내 유일의 귀금속 전문학교 2학년이다.


역시 부모님의 '어려운 허락'을 받아 입학.매니큐어 대신 피멍든 손톱을 자랑스럽게 내미는 소녀.금·은·루비·사파이어 디자인에서 무한한 성취감을 만끽하는 '반지의 여왕'이다.


현재 90여개에 이른다는 특성화 고교.미야자키 하야오를 뛰어넘겠다는 애니메이션 키드,레드 카펫을 밟는 그날을 상상하는 10대 카메라 감독,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 열심히 '부팅' 중인 인터넷고교생,마침내 그린에 오른 함평골프고의 촌놈 등 십인십색의 꿈들이 빛나는 곳이다.


이들에게 더 이상 직업의 귀천은 없다.


2백80쪽,9천8백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