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가 조사 발표한 '경제 무역 사회지표로 본 대한민국 2004'통계는 우리 사회가 양적으론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더이상 사회 각 부문의 내실을 다지는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국제화 감각을 키우지 못한다면 선진국으로의 진입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와도 같다. 예컨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다는 IT 분야만 해도 그렇다. 세계 1위를 기록한 11개 항목은 주로 액정표시장치(TFT-LCD) 출하,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 단말기 판매, 초고속 인터넷 보급, D램 매출액 등 양적인 측정일 뿐 핵심기술 수준은 매우 낙후되어 있는게 사실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리는 인터넷 망만 설치하고 돈은 기술있는 외국회사가 벌어가기 때문에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대학졸업 이상의 이공계 졸업생 비율이 41.0%로 세계 1위이지만 현실은 우수 인력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숫자상으로만 이공계 인력을 많이 배출할 뿐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내실있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첨단기술 발전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어느나라건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핵심 엘리트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젠 이공계 인력양성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국제화에 얼마나 뒤져 있는지는 낮은 토플 점수와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성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우리처럼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나라도 많지 않은데, 토플점수가 1백53개국중 1백9위라는 점은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나 작문은 도외시한 채 문법위주로 가르친 '우물안 개구리식'교육의 결과일 뿐이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의 신화에서 벗어나 각 부문 공히 내실을 다지면서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의 기초체력이 튼튼해져 세계속으로 한단계 더 도약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