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알펜루트 단풍] 고봉 어깨춤을 휘감은 '붉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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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혼슈의 중북부,도야마에 우뚝한 다테야마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명산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다테야마를 일본을 상징하는 후지산,'일본의 몽블랑'으로 불리는 하쿠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본의 3대 영산으로 우러르고 있다.
다테야마는 세계적인 산악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도야마현에서 이웃한 나가노현까지 장장 90km에 걸쳐 연이어진 3천m급 고봉의 어깨춤을 휘감아 뻗은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는 특히 연중 두 번 그 절정의 풍광을 펼쳐 보인다.
많은 눈으로 막혔던 길이 풀리는 4월 말께의 설벽도로와 12월 초 입산이 통제되기 전에 한껏 불타오르는 단풍이 그것이다.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는 보통 도야마쪽의 다테야마역에서 출발한다.
정해진 시간에 타지 못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 조금 서두르는 편이 좋다.
역 뒤쪽에 놓인 궤도열차는 7분쯤 올라 비조이다라에 닿는다.
맨 뒷부분에 타 아래쪽을 구경하는 게 좋다.
비조이다라는 역 바로 앞에 서있는 삼나무의 전설로 유명하다.
옛날 이곳은 금녀의 지역이었는데 한 여승이 들어가려다 신의 노여움을 사 삼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비조이다라(美女平)란 지명에 그 전설이 남아 있다.
비조이다라에서 무로도행 고원버스로 갈아탄다.
왼쪽 앞에 앉아야 바깥경치를 구경하기 좋다.
고원버스를 타고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오르다 보면 쇼묘폭포가 한 눈에 잡힌다.
쇼묘폭포는 낙차 3백50m의 4단 폭포.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폭포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되어 있다.
쇼묘폭포는 다테야마역에서 빠져 물줄기가 떨어지는 바로 앞까지 가볼 수 있다.
고원버스는 곧 미다가하라 고원을 지난다.
해발 2천m 지점에 넓게 펼쳐진 고원으로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미다가하라 고원을 가로지르면 고원버스의 종착지점인 무로도.
한겨울 잠자다가 4월 말께 열리는 길 양 옆 5∼6m 높이의 설벽길로 유명한 지점이다.
무로도에는 짧은 트레킹길이 잘 나 있다.
다테야마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 미쿠리가케호수,유황 냄새 가득한 지코쿠계곡 등을 다녀올 수 있다.
미쿠리가케 온천은 일본 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온천으로 트레킹 뒤 피로를 풀기에 알맞다.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일정에 따라 3∼6시간씩 3천m급 다테야마 연봉을 밟는 이들도 많다.
무로도에서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터널을 지나 산의 반대편 다이칸보로 향한다.
터널은 트롤리버스로 10분 길이다.
터널을 나서면 탁 트인 전망이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길은 구로베다이라까지 로프웨이로 이어진다.
7분 정도의 짧은 길이지만 구름을 타고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 예사롭지 않다.
구로베다이라에서 10여분 정도 궤도열차를 타고 내려가면 구로베댐이 보인다.
구로베댐은 일본에서 제일 큰 댐으로 그 규모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겹겹이 늘어선 산줄기의 단풍과 구로베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의 짙푸른 물줄기가 시선을 압도한다.
댐 건너편에서 기다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터널을 통과하면 다테야마·구로베 알펜루트의 동쪽 관문격인 오기사와에 닿는다.
다음은 구로베협곡의 단풍을 즐길 차례.
구로베협곡은 86km의 구로베강이 8천여 굽이를 휘돌아 만들어낸 일본 최대의 협곡이다.
구로베댐 건설을 위해 놓은 협궤 산악철도가 뚫리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산악철도는 우나즈키역에서 출발,게야키다이라역에 닿는데 41개의 터널과 21개의 철다리를 지나며 왕복 3시간 정도의 협곡탐방길을 돕는다.
요금이 싼 무개객차의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협곡의 비경을 더 잘 감상할 수 있다.
중간쯤의 가쓰쓰리역에 내려 협곡바닥으로 내려가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차가운 물가의 바위와 모래 틈새로 뜨거운 온천물이 퐁퐁 솟아 잠시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