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완철씨(48)는 국내 대기업에서 25년간 근무해 온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신씨 역시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결혼 후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당시 대학에 다니던 동생 두 명을 데리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최소 방 3개가 필요했다.


(동생 한 명은 유명 여류 소설가인 신경숙 씨다.


)서울 동숭동에서 1천7백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다.


무엇보다 교통이 편리했던 집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약을 연장한 지 한 달만에 집주인이 갑자기 '집이 팔렸다'며 나가라고 요구했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매일 찾아와 집을 비우라고 떼를 썼다.


세상에 이런 집주인이 있을까 싶었다.


황당했지만 아내가 걱정돼 더 이상 버티기도 어려웠다.


신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5∼6번 전셋집을 얻었는데 항상 못된 집주인을 만났다"면서 "설움을 당하기 싫어 아예 집을 장만해 나갔던 게 결국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역촌동의 넓은 단독주택 구입


하루빨리 이사를 준비해야 했다.


이참에 아예 집을 구입하자고 마음먹었다.


신씨는 부동산에 꽤 밝은 친구와 함께 서울 지도를 펼쳐놓고 연구했다.


친구는 은평구 역촌동을 적극 추천했다.


역촌동은 서울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대지가 넓은 곳을 골라 살 수 있었다.


신씨 회사와도 멀지 않았다.


노후 주택을 사면 집값은 커녕 땅값만으로도 매입이 가능했다.


역촌동 일대를 돌아다니다 대지 58평에 지어진 2층 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지은 지 10년 이상 된 집이었는데 인근에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특히 골목 모서리에 위치하고 있어 문을 여러 곳에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또 남향에 동문인데다 길 뒤쪽으로 길이 나 있어 건축법상 5층까지 재건축이 가능했다.


평당 28만원인 땅값만을 주고 이 노후주택을 매입했다.


1층은 신씨 가족이 사용하고 2층은 전세를 줬다.


신씨는 이 주택을 매입한 후 '돈을 벌기 위해' 중동 건설현장 근무를 자청했다.


수년이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신씨는 귀국한 후 이 주택을 팔기로 결심했다.


인근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집값이 스무 배쯤 뛰어 있었다.


당시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 건축 붐을 타고 주택업자들이 5층까지 재건축할 수 있는 이런 종류의 주택을 찾고 있었다.


인근에 잘 팔리지 않는 집이 많았지만 신씨 집은 예외였다.


◆중계동 새 아파트 분양받아


신씨는 역촌동에 살면서 청약 통장을 활용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강남권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돈이 부족했다.


경쟁률이 최고 1백 대 1에 달하던 분당 일산 등지에는 청약을 아예 포기했다.


비인기 지역이었던 노원구 중계동의 42평형 아파트를 노렸다.


당시에는 신규 분양을 받으려면 청약아파트 평당 1만원 이상의 채권 매입액을 써내는 채권입찰제를 통해 사야 했다.


평당 3만원씩 쳐서 1백26만원을 써냈다.


채권 매입액을 최고 1억원까지 써내던 시절 '운 좋게도' 최저 낙찰자로 분양받는 데 성공했다.


9천8백만원에 40평형대의 중형 아파트를 사게 된 셈이다.


아파트 입주시기가 다가오자 이사 가는 대신 임대를 놓으면서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했다.


9천8백만원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를 입주 1년 후 2억5천만원에 되팔았다.


분양 당첨으로 '재미'를 봤지만 신씨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당시 1순위 통장에 10년 이상이나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당시엔 청약 통장을 갖고 있어도 '내가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만 생각했지 임대를 놓을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약 기회가 많았어도 회사와의 거리,교통,지역 등을 따져 미루기만 했던 점이 못내 아쉽다고 신씨는 말했다.


◆개포동 일대 중소형 아파트 사들여


신씨는 90년대 중반 초등학교에 다니던 자녀 두 명의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지역에 따른 학력차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선 개포동의 5층짜리 저층아파트인 주공2단지 22평형을 2억원에 매입했다.


이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애들이 커가면서 좀더 큰 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22평형을 3억원에 되팔았다.


이와 함께 주공 15평형을 1억2천만원에 매입한 뒤 전세를 줬다.


주공 22평형을 판 돈과 15평형 전세금을 합해 인근 경남아파트 45평형을 샀다.


매입가는 4억3천만원.하지만 아파트 매입 직후 외환위기가 닥쳤다.


집값이 뚝뚝 떨어졌다.


한때 3억6천만원까지 밀렸지만 '내가 살 집'이라고 생각하고 무리수를 두지 않기로 했다.


강남지역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집값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씨의 확신대로 현재 이 아파트는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는 개포주공 15평형의 가격도 5억원대를 훌쩍 넘고 있다.


신씨는 이들 아파트를 재건축이 완료될 때까지 모두 갖고 있을 생각이다.


신씨는 강남권 아파트를 매입할 때 혼자서만 '행동'하지 않았다.


주변에도 적극 추천했다.


신씨의 수완을 믿은 상당수 동료들과 친구들이 모두 수억원의 차익을 봤다.


때문에 주변에선 신씨를 '투자 전도사' 또는 '투자 고수'로 부르고 있다.


신씨는 요즘 같은 침체기에도 부동산 투자에 변함없는 확신을 갖고 있다.


"지금은 정책에 의한 침체기이기 때문에 시장원리가 다시 작동하면 반드시 제 가격을 회복하게 될 것"이란 게 신씨 얘기다.


신씨는 "대출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전세 대신 집을 매입하는 게 항상 이익"이라고 나름대로의 투자법을 조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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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의 투자 5계명>


1.길목을 지켜라


-향후 가치상승 가장 중시해야.


2.대출을 끼지 않는다


-이자 부담이 크면 투자 시점을 혼동할 수 있다.


3.주식과 땅투자는 하지 않는다


-주식은 너무 단기,땅은 너무 장기다.


4.자신만의 투자비법을 연구하라


-내게 맞는 투자상품과 방법 찾아야.


5.아파트 투자는 입지다


-교통 교육환경을 우선 고려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