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유근택씨가 오는 6일부터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일상 넘어 일탈의 서사'를 주제로 일상의 풍경을 그려낸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출품작은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주거 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다룬 것들이다. 그냥 풍경(landscape)을 그린 그림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장소를 담은 장면(scene)그림'이다. '창밖을 나선 풍경' 연작은 아파트 앞 오솔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포착했지만 이면에는 자잘한 나무숲에서 발견되는 조형적 운율을 잡아냈다. '수평적 이사' 연작은 일산 주엽동 아파트에서 서울 홍제동 아파트로 수평 이동한 삶의 터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로 이사하는 과정을 몇 장면의 실내 풍경으로 표현했다. '샤워' 연작은 무수히 반복되는 샤워 시간이 문득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발가벗은 인간을 둘러싼 세상의 무게를 느끼기도 하는 특별한 시간임을 보여준다. 유씨는 거친 붓질의 강한 먹선으로 역사적이면서 서사적인 메시지를 담은 대작들을 선보여 주목받아 온 작가다. 김준기 사비나미술관 학예실장은 "이러한 역사적 서사에서 최근에는 일탈적인 서사로 바뀌고 있다. 기법도 붓을 옆으로 눕혀 툭툭 치고 나가면서 먹과 호분을 사용해 흐릿한 형상을 만드는 형상 해체작업이 주류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2000년 제19회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 24일까지.(02)736-4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