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천당이 있다면 지상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下有蘇杭).' 중국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말로 쑤저우와 항저우의 경치가 좋음을 일컫는다. 최근 들어 중국 동부 도시 항저우의 경쟁력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중국 언론들도 '기업의 천당이다'와 '기형적인 모습일 뿐이다'라는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천당이다=포브스 중국어판이 최근 중국에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도시'로 꼽은 곳이 항저우다.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도시를 모두 제쳤다. 민영기업의 창업 활력,시장규모 및 잠재력,인재의 소질,교통의 편리함이 돋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항저우는 세계은행과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공동으로 실시한 23개 도시 투자환경 조사에서도 1위에 올랐다. 중국에서 가장 호화로운 택시와 버스가 달리는 곳이다. 중국 언론들은 이를 '항저우 현상'이라고 부른다. 포브스중국어판 관계자는 상하이와 베이징이 항저우에 뒤질 수 있냐는 중국 언론들의 질의에 "민영기업의 사업환경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저우 경제에서 지난해 민영경제가 차지한 비중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본사를 항저우로 옮기는 민영기업 그룹들도 늘고 있다. 지리 쑤보얼 등이 대표적이다. 덩달아 은행의 성장도 빠르다. 프랑스의 소시에테 제네럴은행은 항저우에 지점을 세운 지 4년이 채 안 되지만 지점 자산 규모가 이미 2백억위안(약 3조원)으로 매년 60%씩 성장하고 있다. 항저우에는 또 베이징 상하이에 이어 대형 IT산업단지가 조성돼있다. 저장성 전자기업의 70%가 항저우의 '천당밸리'에 몰려있다. 지난 2001년에는 건설부가 지정한 주거환경이 가장 좋은 도시로 꼽히기도 했다. ◆부자들의 천당일 뿐이다=잡지 신주간은 "항저우 일반 시민의 월 수입이 1천위안(약 15만원)에 불과한데 벤츠나 BMW 택시를 탈 수 있겠느냐"며 부자들의 천당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항저우의 1인당 GDP는 중국 도시 가운데 10위에 불과하다. 항저우 부동산이 12년째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거품 붕괴론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내 부동산 가격의 경우 지난 98년 평당 4천5백위안에서 지난해 평당 8천5백위안으로 껑충 뛴 상태다. 풍광이 좋은 시후(西湖) 주변은 평당 2만∼3만위안(약 3백만∼4백50만원) 수 준이다. 화시도시보는 "부동산 가격 급등 탓에 중소기업들이 도심을 떠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항저우는 부자들의 놀이터로 바뀌고 진짜 주민은 항저우를 포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자원부는 최근 항저우를 포함한 저장성의 부동산 가격이 주민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