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7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이번 국감에선 여야 모두 한건주의식 폭로와 호통으로 일관하던 구태를 벗고,대안제시를 통해 민생안정을 위한 정책 국감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개원한지 4개월이 지나도록 정쟁만 일삼아 온 국회가 이번엔 정말 새로운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런 다짐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보더라도 관계부처에 대한 무분별한 자료 요구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인들을 대거 국감장에 세우려 하고, 상대방을 흠집내려는 목적으로 증인을 채택하는 등 과거와 다를바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감 기간이 3주일 뿐인데도 사상 최고인 4백57개 기관을 감사대상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도 '과잉의욕과 부실감사의 반복'이란 구태를 답습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특히 이번 국감에선 여야가 행정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진상규명 등 핵심 쟁점을 놓고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민심을 얻고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이유에서라지만 결국 정책 국감을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말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은 오히려 국민들이 국회에서 무슨 일이나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해 할 정도이다. 지난 추석 연휴때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들은 얘기는 한마디로 '먹고 살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국감의 초점이 바로 민생 안정과 경제를 살리는데 맞춰져야 한다는 뜻과도 같다. 그동안 정부가 펴온 민생 관련 정책중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따져보고,앞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책대안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공정거래법 개정, 연기금주식투자 확대 문제 등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해 풀어야 할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자꾸만 높아지는 실업률,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용불량자 등도 국회 차원에서 관심을 쏟아야 할 과제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3∼4%대의 저성장마저 우려되는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깊은 수렁에 빠져야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더이상 이같은 긴박한 경제현안을 제쳐놓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치적 이슈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국회는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민생안정과 경제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국감부터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