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후 취업 3수를 했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못한 김모씨(30,서울 관악구 봉천동)는 연초에 사채를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대부업에 뛰어들었다. 약간의 자본만 있으면 돈놀이로 큰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위의 소문에 은행대출을 받고 친인척들로부터 돈을 빌려 1억원 가량 종잣돈을 마련했다. 처음엔 "일확천금"의 꿈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횡재'의 꿈도 잠시.대부업 창업러시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경기불황으로 떼이는 대출금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창업 8개월 만인 지난달 은행빚을 갚지 못해 잠적해 버렸다. 장기불황에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대부업 창업'에 나서는 20·30대가 급증하고 있다. 사채를 쓰는 고객층도 신세대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대부업이고 담보나 신용이 약해도 쉽게 돈을 빌려쓸 수 있는 곳이 대부업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부업시장이 20·30대의 무대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폐업이 속출하고 장기불황으로 대출금 회수율이 뚝 떨어지면서 폭력을 동원한 회수나 초고금리가 횡행하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젊은이들=3일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02년 10월 '대부업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시에 등록한 대부업체는 5천3백94곳. 이 가운데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한 곳은 4천5백여곳 이다. 이들 개인 사업자 등록업체 중 80% 가까이가 20·30대 사업주인 것으로 파악됐다. 젊은층의 대부업 진출이 러시를 이루는 이유는 고리대금업이 합법화돼 최고 66%까지 고금리를 받을 수 있어 단순계산으론 '작은 돈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소비자보호과 김병환 과장은 "과거에는 대부업은 어두운 직업이란 인식이 팽배해있어 젊은층들로부터 외면받았지만 대부업법이 시행된 이후 젊은층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취업에 실패한 20대 사회초년병들도 많다"고 전했다. 대부업 이용고객도 젊은층이 주류를 이뤄가고 있다. 김 과장은 "카드빚 등으로 돈 들어갈 데는 많지만 은행대출이 쉽지 않은 20·30대들은 대부업체를 이용한다"면서 "20·30대가 돈을 빌려주고 꿔가는 게 요즘 대부업계의 풍속도"라고 말했다. ◆과당경쟁 따른 부작용 속출=대부업 창업이 급증하는데 비례해서 폐업도 줄을 잇는다. 젊은이들이 대부업의 고금리 수입에 현혹된 나머지 쉽게 뛰어들지만 대부분 은행대출 등으로 마련한 빠듯한 종잣돈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한번 크게 떼이면 재기불능상태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대부업 등록제가 시행된 첫해인 2002년 폐업신고가 단 한 곳 뿐이었으나 20·30세대가 대거 뛰어들기 시작한 2003년에는 6백70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올해는 9월까지 6백32개 대부업체가 폐업신고를 냈다. 사채업계 한 관계자는 "어설프게 대출을 해주다 떼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연리 수백%에 달하는 고리대출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젊은 대부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20·30대가 대부업계를 흐려놓고 있다는 지적이 고참프로들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대부업체들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민원이 크게 늘었다. 지난 한해 동안 1백11건이던 서울시의 고객 피해접수 건수가 올해는 9월 말까지 벌써 2백94건이나 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