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증시에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팔면 내리는 게 일반적인 주가 흐름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만 쳐다보는 천수답 구조가 요즘 먹혀들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 9월중순 이후 확실한 매도우위로 돌아섰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잠깐 조정을 받은 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김기환 플러스자산운용 사장은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가 외국인 매수 공백을 메우면서 장을 떠받치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증권업계에서는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나타난 기관 주도 상승 장세가 3년 만에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관,우량주 외국인 매물 흡수


외국인은 지난달 15일 이후 줄곧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이달 1일까지 5천억원어치 이상을 팔았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자 기관이 곧바로 매수 바통을 이어받았다.


기관은 외국인이 매도세로 돌변한 다음날(16일) 대규모 순매수로 지수를 방어했다.


이날부터 지난 1일까지 기관이 순매수한 금액은 4천2백억원어치에 달했다.


기관이 매수에 나서자 850선을 정점으로 반락하던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특히 연기금은 같은 기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관의 매수세를 주도하며 증시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관 주도의 상승세는 지난 2001년 9월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당시 국내 기관들이 800선 위에서 2조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943포인트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관의 '식성'에도 변화가 보인다.


과거에는 핵심 블루칩보다는 중소형 옐로칩 위주로 매수했으나 최근 들어선 삼성전자 국민은행 LG전자 포스코 등 시가총액 상위주를 대거 순매수하고 있다.


외국인이 관련 종목을 처분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안정환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파는 대형주들을 받아내고 있는 것은 기관이 향후 증시를 낙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관 장세 전망은 섣부른 기대


일부 전문가들은 기관 장세 전망에 대해 단지 '기대감'으로 그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기관 자금을 들여다보면 연기금 외에 뚜렷한 매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지난 8월 초 증시가 반등하기 시작한 이후 연기금은 매주 1천5백억원 이상씩 순매수를 보여왔으나 투신 은행 보험 등 다른 기관들은 여전히 매도 우위다.


한마디로 최근 기관의 매수는 '연기금 나홀로 매수'인 셈이다.


특히 투신은 8월 중순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돌파하자 일시적으로 매수에 가담했으나 850선을 넘어서자 곧바로 차익 실현에 치중했다.


투신의 매수 여력인 수익증권 잔액이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관의 순매수 자금 중 상당부분이 선물과 연동돼 움직이는 프로그램 매수 자금이라는 점도 기관 장세 전망에 무게를 두기에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