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세계 주요국들이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체제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에너지 소비 상위 10개국 가운데 중국(2위) 러시아(3위) 일본(4위) 한국(10위) 등 4개국이 포진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에너지 확보전은 점점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선두에 선 나라는 석유소비 증가율이 세계 평균의 6배에 달하는 "에너지 블랙홀" 중국이다. ◆격화되는 동북아 자원전쟁 중국은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에너지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에너지 확보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상하이 등 18개 지역에서 총 14만회의 정전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에너지난에 빠져있는 중국은 국가 지도자들이 자원 외교에 앞장서고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1월 이집트 등 아프리카 3국 순방에서 정상 외교를 통해 아프리카산 석유·가스 수입의 길을 연데 이어 6월 우즈베키스탄 방문에서는 석유 공동 개발 탐사에 합의했고,카자흐스탄과는 중국에 이르는 송유관 건설 문제를 논의했다. 중국은 또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6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협의회(GCC)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에 도 착수했다. 일본도 에너지외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가스전 등 에너지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사할린에 현재까지 미국보다 8배나 많은 8억2천만달러를 투자해 놓은 상태이며,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을 추진 중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해 러시아를 두차례나 방문하며 중국쪽으로 확정됐던 러시아 원유수송 파이프라인을 일본쪽으로 돌리는 조건으로 총 1백40억달러의 투자를 제시했다. 작년 9월에는 아프리카 주요 산유국에 대한 10억달러의 무상원조와 30억달러 부채 탕감을 약속하기도 했다. ◆선진국들 대체에너지 개발 박차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미래 에너지원인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등 전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연평균 20∼30%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면서 수소·연료전지 등 신에너지 개발·보급에 집중 투자,오는 2010년까지 총 자동차 중 25%를 연료전지 자동차로 보급할 계획이다. 일본도 2010년까지 5만대의 연료전지 자동차,40만가구의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 등을 계획 중이다. EU는 201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비중을 12%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선진국들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경제성이 급속 개선되는 등 신·재생에너지가 석유를 대체할 확실한 대체에너지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은 태양광발전 시스템 단가를 최근 10년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으며 유럽은 풍력발전 시스템 단가가 향후 20년간 42% 정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신·재생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과 일본이 각각 5%,3.3%(2002년 기준)로 한국의 1.6%(2003년 기준)보다 2∼3배 높다. ◆한국은 해외자원개발 성과 아직 미흡 이런 상황에서 전체 에너지의 96.9%(지난해 기준)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지난 79년 한국석유공사 설립을 시작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원유자급률은 3%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인 일본의 원유자급률이 12%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초라한 성적표다. 작년말 현재 석유·가스의 해외개발은 22개국 55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며,정부는 오는 2010년까지 원유자급률을 1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도 오는 2011년까지 5%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의 에너지 정책이 지난 80년대 2차오일 쇼크이후 세워진 정책수단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고 자원분야 예산과 사업비 지원이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 확 줄어드는 고무줄 예산이란 비판이 있어 정부의 계획이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이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 등 뒤늦은 자원외교에 나섰지만 카자흐스탄 유전개발사업과 동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사업 등 방문 결과물은 눈앞에 닥친 자원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