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로 `3차 오일쇼크'의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기의 '더블딥(이중하강)’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들어 경제성장을 외끌이해온 수출의 증가율이 확실히 꺾이는 추세를 보이는 와중에 내수침체가 더욱 깊어지면서 경기지표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어렵사리 회복국면을 타던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소비와 급랭하는 건설경기의 영향으로 불과 1년여만에 다시 가라앉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고유가라는 복병까지 등장하면서 실물경제 전반에 불안을 가중하고 있어 정부가 올해와 내년에 목표로 하고 있는 5%의 성장 달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 더블딥 현실화 우려=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돌아서며 더블딥 신호가 깜박이고 있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 경기상황을 말해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증가율(전월대비)이 5개월 연속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4월 -0.1%의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5월(-0.6%), 6월(-0.8%), 7월(-0.8%), 8월(-1.0%)로 내리막이 오히려 급해지고 있다. 6개월 이상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야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전환한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게 통계청의 설명이지만 이미 경기흐름이 상승에서 하강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7월 저점을 찍고 8월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년여만에 다시 하강세로 돌아서면서 더블딥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약 1년후의 경기전환 시기를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도 전월대비 증감률이 지난 4월(-0.1%)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이고 전월동기 대비 증가율은 3월 이후 계속 둔화되고 있다. ◆ 건설경기 최악..추락하는 소비= 지표를 들여다보면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공장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는 올라가고 있다. 산업생산은 작년동기 대비 10.6% 증가해 7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기여도가 큰 반도체.자동차.영상음향통신의 증가세가 꺾이면서 둔화세가 역력하다. 그나마도 계절조정지수 전월대비 증가율은 7월 0.2%에서 -0.6%로 마이너스 반전했다. 평균 공장가동률은 78.7%로 지난해 8월 77.2% 이후 1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휴가 등으로 인해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전반적으로 기업들이 생산을 많이해도 물건이 안팔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고는 수출증가세가 둔화된 반도체와 자동차업종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5% 증가한 96.7%를 기록했다. ◆ 건설경기 경착륙 경고등= 내수회복의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설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점이 가장 큰 문제다. 건설수주액은 9월 4조1천5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무려 39.2%나 감소했다. 이는 지난 99년 3월에 기록한 전년동월 대비 51.1% 감소 이후 무려 5년5개월만에 최대감소폭이다. 공공(26.1%)과 민간(42.0%), 건축( 37.1%), 토목(47.5%)을 막론하고 일제히 급락하면서 국내 건설경기가 최악의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 건설기성은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수주가급감하고 있는 점은 건설경기가 앞으로 좋지 못할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소매 판매가 다시 감소세를 돌아서면서 내수도 다시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신차출시 효과로 자동차와 연료판매가 작년 동월대비 0.5% 증가, 다소 호조를보였으나 도매업(-0.2%)과 소매업(-4.3%) 판매가 부진함에 따라 작년 동월대비 1.5%감소했다. 이는 5월 이후 3개월만의 감소세 전환으로 극도로 위축된 국내 소비의 현주소를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만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 기계와 컴퓨터, 정밀기기 등에 대한 투자증가에 힘입어 작년동월 대비 5.0% 증가해 다소나마 회복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선박을 제외한 국내 기계수주는 작년동월 대비 6.2% 감소해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