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분야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을 가진 것을 연구하세요."


9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해롤드 크로토 영국 서식스대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최근 열린 '제2회 KAIST 석학강연'에서 "노벨상을 받기 전에도 항상 스스로의 연구에 만족하고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크로토 교수는 '플러렌과 나노튜브의 합성 메커니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새로운 탄소 분자인 플러렌을 발견,노벨상을 받은 과정을 소개하고 나노기술의 이슈를 제시했다.


그가 발견한 플러렌(C60)은 탄소원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엮여진 새로운 탄소구조체로 이후 탄소나노튜브 등 나노기술 연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분자가 진동하고 회전하는 아주 기본적인 과학에 흥미를 느껴 분광학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분자의 운동을 연구하면 다양한 생명공학·물리학 장치를 고안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캐나다 국립연구소 시절 마이크로파 분광학을 이용,성층과 성운에 존재하는 긴 사슬모양의 탄소분자를 발견했고 이 탄소분자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연구하던 중 C60을 찾게 됐다고 소개했다.


우연히 몬트리올 세계박람회장에서 육각형들이 모여 이뤄진 돔을 보고 힌트를 얻어 C60이 축구공 모양의 돔 구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5년 후 독일 연구진에 의해 증명됐으며 C70,C50 등과 탄소나노튜브 등의 구조체를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는 "플러렌 분자와 탄소나노튜브는 의학,분자전자학에서부터 토목공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미래기술 분야에서 중요 소재가 될 것"이라며 "이글루처럼 둥글게 구부러지는 금속·탄소 화합물이나 탄소나노튜브 등 새로운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구조체의 생성 메커니즘은 아직도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면서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