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광희 코오롱 사장 kenhan@kolon.com > 이순신 신드롬이다. '칼의 노래''이순신의 두 얼굴' 등 서적을 비롯해 이제는 TV에서도 이순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나볼 수 있다. 조만간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한다. 시대가 어수선하면 으레 영웅 이야기가 입에 오르내리지만,신드롬으로만 치부하기엔 이순신은 너무 큰 존재로 다가온다. 회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여 뒤인 올 초 통영을 다녀왔다. 패전 끝에 남겨진 전함은 13척,전장에 나설 최소한의 용기마저 상실한 패잔병들,장군들마저 탈영을 시도했던 절망적인 상황.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바다를 이기고 나라를 지켰던 이순신. 그의 영정과 그가 활약했을 바다를 바라보며 회사 경영의 지혜를 얻고자 함이었다. 고결한 인품,완벽한 전략과 전술,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그에게서 배우는 것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근래 몇 권의 책을 통해 다시 만난 이순신은 자애롭지 않았다. 부하의 잘못을 가차없이 처단하고,엄격한 군율로 수군을 이끌었던 그는 내게 너무나 차갑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 차가움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뜨거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적에게 사로잡힌 포로들과 백성들은 적의 전선에서 노를 저어야 했다. 그리고 그 적선들을 부숴야 하는 운명을 마주하고 있는 삼도수군통제사. 분명 그에게는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고난과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수군이 패하면,그것도 단 한번의 패배가 조선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그는 인간 이순신을 버렸다. 그리고 백성들의 통곡 소리에 지도책을 한번 더 펼쳤을 것이며,병사들의 배곯는 소리에 바닷길을 한번 더 돌아보았을 것이다. 전쟁을 이기는 것이 결국 백성과 병사들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영웅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단지 위기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물러서지 않음이 평범한 인간을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나라를 지켰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유비무환'이지만,이순신의 지혜를 미리 구하지 못해 기업이 경영의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면 위기에 맞서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시의 부적절한 감정은 불안과 비관을 낳고,어설픈 인정은 적당주의를 낳는다. 한 나라나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감정과잉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위기의 촉매가 된다. 감성시대로 일컬어지는 요즘 뜨거운 열정을 오히려 냉정함에서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