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에 대한 진단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경제가 제조 고용 건설등을 중심으로 재회복되면서 경기회복기의 일시적 침체현상을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하는 반면 고유가로 여전히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지표만으로는 미국경제가 다시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주장이 약간 우세한 편이다. ◆"소프트 패치 벗어났다"=미국 경기가 지난 여름을 고비로 '소프트 패치'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측은 무엇보다 3분기 경기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꼽는다. 경제 성적의 종합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에는 3.3% 증가했지만 3분기에 이 수치가 4.5%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문별로는 제조업지표가 여전히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9월 제조업지수는 58.5로,전달의 59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돌았을 뿐더러 경기 확장의 분기점인 50을 훨씬 상회했다. 특히 세부항목 중 고용지수는 전달의 55.7에서 58.1로 급등,노동시장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음을 뒷받침했다. 9월 자동차판매 역시 전월 대비 5.5% 늘어나고,8월 건설투자도 0.8% 증가해 연율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의 금융시장 지표도 '소프트 패치 탈출' 쪽으로 방향을 잡는 모습이다. 달러가치는 달러당 1백10엔대,유로당 1.23달러 선에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도 2개월 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 지난달 27일 10,000선이 붕괴됐던 다우지수도 하루 만에 이를 회복한 뒤 오름세를 타고 있다. ISI그룹의 이코노미스트 낸시 라자르는 "미국 경기가 소강국면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타격 지속된다"=최근의 미 경기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지만 '고유가'라는 복병으로 소프트 패치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50달러대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심리 위축-제조업경기 둔화-고용시장 불안 등의 악순환을 초래,미국 경제가 새로운 소프트 패치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가 94.2를 기록,전달(95.9)보다 하락한 것도 재급등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경우 미국인들의 소비지출이 연간 7백억달러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라자르 역시 소강국면을 벗어났다고 분석하면서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는 등 분명히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판매 호조 역시 소비심리 회복보다는 할인판매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도 지난주 말 워싱턴회동에서 "올해 경제성장이 탄탄하고 내년 전망 역시 긍정적"이라면서도 "유가가 여전히 높고 이는 (세계경제에) 위협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기록적인 세계 유가가 미국 경제를 위협하는 역풍"이라고 지적했고,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 테드 위스먼은 "미 경제가 또 다른 소강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 사이에 '소프트 패치' 탈출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하고 "미 경제가 지난 여름을 고비로 재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고유가에 다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