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거침없이 상승하고 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경기회복세 둔화등 각종 악재가 무색할 정도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4.11% 급등,단순에 880선을 넘어섰다. 880선 돌파는 지난 4월말 급락장 이후 5개월만이다. 전문가들은 수급이 호전되는 상황에서 미국발 IT(정보기술) '성수기 효과'가 가세한 결과로 분석했다. 최근 유통 주식 물량이 격감한 상황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관의 매수 가담 △팔자 우위던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전환 △전 주말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4% 급등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IT 금융 등 소외주의 대반란 이날 폭등장의 주역은 단연 IT와 금융주였다. 최근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두 업종에 기관과 외국인 매수 자금이 집중되며 관련 종목의 주가에 불을 붙였다. 주가 움직임이 무거운 삼성전자가 6.29% 급등하며 50만원에 육박했고,LG전자 LG필립스LCD 삼성SDI 등 IT 대표주들도 일제히 3~7%씩 올랐다. 국민은행 우리금융 신한지주 하나은행 등도 5~8%씩 급등했다. 신성호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IT와 금융주 모두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싸다는 인식이 투자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구희진 LG투자증권 테크팀장은 "IT의 경우 주요 제품 가격의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데다 3분기 실적이 시장의 우려만큼 나쁘지 않다는 점,4분기 연말연시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등이 맞물려 주가가 반등세로 접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IT 강세 지속시 900 돌파도 가능 전문가들은 당초 반등장이 나타나더라도 860선에서 1차 저항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우호적인 수급 여건으로 상승세가 확연해지자 일부에선 880선을 2차 저항선으로 설정했다. 이 지수대에 적지 않은 매물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주가 폭등으로 이마저도 무의미해졌다. 김세중 동원증권 시황분석가는 "880선을 넘어선 만큼 당분간 더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4분기 중 과거 전고점을 넘어 94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당초 10월 종합주가지수 전망을 800∼870선으로 잡았지만 IT주가 힘을 받는다면 900선 위를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수가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실적 개선보다 수급에 의해 주가가 오르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그 이유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주 중반부터 본격화될 3분기 실적 결과가 관건"이라며 "실적 확인에 앞서 주가가 미리 급등한 만큼 실적이 나쁘게 나올 경우 되밀림이 예상보다 가파를 수도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