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필요한 인재양성을 대학에 주문하고 대학은 기업의 구미에 맞춰 교육한다.' 그 동안 기업들은 성에 차지않더라도 대학이 길러내는 인력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력수준이 기업의 장래를 결정짓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적극적인 인재 육성자'로 나서고 있다. 대학들도 졸업생의 취업경쟁력이 대학평가를 좌우하는 시대를 맞으면서 기업들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교육부와 전경련도 지난 9월 초 산·학협력을 위한 공동협약서를 체결하고 기업이 바라는 대학 교과과정 개발을 지원키로 하는 등 산·학협동 인재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역산업현장에 맞는 인재를 현지대학에서 키운다=수도권에 비해 지방소재 대학들과 대기업의 현지공장 및 지역산업체들 간의 주문식 인재양성 프로그램 도입이 활발하다. 지방 대학들은 취업경쟁에서 수도권 대학에 밀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을 찾아다니면서 산·학협동 커리큘럼 개발 등에 열성적이다. 기업들도 지방근무를 꺼리는 수도권대학 졸업생보다는 지역대학생들을 산업현장에 맞게 길러내는데 관심이 높다. 한진중공업은 부산의 동의공업대,경남정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주문식 교육을 위한 '특별반'(40명 내외)을 운영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련부서 부장들이 이들 대학의 강단에서 조선설계 조선공학 등을 가르친 뒤 과목 이수 학생들에게 취업 우선권을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동의공업대와 산·학협동을 맺고 자동차과 학생 20명으로 특별반을 구성,주문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경남정보대와 산·학협력을 맺고 '볼보트럭코리아반'을 운영,임직원 2명을 해마다 파견해 정비와 장비관련 실무를 강의하고 있다. 또 외식전문업체인 아웃백스테이크는 올해 부산 동의공업대 호텔관광학과와 산·학협력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5년 동안 매년 30명의 학생을 선발하기로 했다. LG이노텍과 전남대는 지난달 10일 산학협력 조인식을 갖고,전남대 내에 'LG이노텍 연구개발지원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LG이노텍은 이 센터에 올해부터 5년 간 10억원의 연구비와 2년 간 1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전남대는 LG이노텍이 필요로 하는 핵심 전자부품에 관한 애로기술 및 신기술을 연구개발하게 된다. 충남 아산에 있는 휴대폰 및 LCD검사장비 생산전문 벤처기업인 에버테크노는 지난 7월 한국기술교육대와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분야 인재육성과 수료생에 대해 전원 취업을 보장하는 산학협정을 맺었다. 삼성전자도 영남대와 공동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를 올 2학기부터 설치,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도 올 봄학기부터 경북대 기계공학부와 전자전기컴퓨터학부에 자동차 섀시 및 차량동력학,만도프로젝트 실습 등 5개 과목을 신설,운영 중이다. ◆수도권 대학들도 기업과 제휴에 나서=수도권 대학들도 졸업생의 취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산·학협동 인재양성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고려대는 내년부터 대학원생을 기업이 직접 선발하고 석사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는 '주문식 교육과정'을 도입키로 LG전자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학교 측이 추천한 대학원 진학지망자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학생을 직접 뽑은 뒤 학비 전액면제와 생활비를 지원하며 선발학생은 석사학위 취득 후 해당기업에 취업해 일할 수 있다. LG전자는 또 자신들이 원하는 교수가 특정 강의를 맡도록 결정할 수 있고 자사의 최고경영자(CEO)급 인사들도 계약교수로 실무를 가르칠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초 아주대와 함께 재학생 중 우수인재를 선발,LG전자 현장에서 근무하는 6개월 과정의 장기 인턴십 과정에 참여시키고 향후 LG전자 취업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대전=백창현.부산=김태현.광주=최성국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