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홉달이지 하루하루를 정말 천날처럼 힘겹게 보냈습니다. 언제나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이었고,밖에서는 평온하게 보일 때에도 안에서는 매일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안병영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사진)이 취임 이후 재직 9개월의 소회를 담아 지난 주말 가까운 지인인 'K형'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이 4일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안 부총리는 서한에서 "학교등급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입장도 강력한 논거를 갖고 있지만 설령 고교간 평균적 학력 격차가 존재한다 할지라도 그 격차를 개인의 학력 격차로 환원한다는 것은,더욱이 선배의 성적이 후배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은 크게 무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 부총리는 "현장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하는 것도 잘 알고,이 점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비교과기록 등 다른 평정요소를 고르게 고려하는 대신 고교등급제로 선회한다는 것은 온당한 일이 못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사립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소문에 대한 특별감사를 하라는 전교조 등의 요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대학을 옥죄고 전형자료나 과정을 낱낱이 들춰내는 일은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