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5일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기업이 인도에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인도 측과의 경제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에서 한국과 인도의 경제계 인사 3백여명을 대상으로 한 오찬 간담회에서 카밀 나스 인도 상공부 장관이 양국간 무역역조를 제기하자 20여분 간 즉석 연설로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노 대통령은 "한국도 이 문제를 오래 고심해왔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연 2백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다면 한국이 일본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고 한국경제가 나빠진 것이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끊임없이 생산설비를 수입했고,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그 과정에서 기술도 도입함으로써 수출경제에 성공했다. 일본과의 교역 없이 한국의 경제발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에선 무역적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이라며 "적자가 두려워지면 고용이 안되고 수출확대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투자하면 (인도는) 자본재와 중간재를 끊임없이 들여와야 하니 결국은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이 적자냐 흑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의 대 인도 투자가 인도의 발전에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갖는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기업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최신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경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치켜세웠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이는 인도가 성공하려고 하는 길과 유사한 경험이며,한국기업은 시작하고 뿌리를 내리면 쉽게 포기하거나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은 "지금 한국 정부입장에서 대책이 없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높은 기술을 가진 반도체기업(하이닉스)이 중국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라며 "이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 한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대통령은 "(그렇지만)우리는 또다른 기술개발로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은 기술은 높은데 고도의 기술을 지키는 노하우는 발달하지 않은 국가"라며 인도 기업인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 4일 경제인들과 만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국가 대표가 저인 줄 알았지만 인도에 와보니 대한민국을 실질적으로,느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우리 상품인 것 같다"며 기업인들의 노고에 감사해 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때도 그랬지만 인도에 와서 가장 반가운 것은 솔직히 '대통령 환영합니다'라고 써놓은 것이지만 더 반가운 것은 그 밑에 있는 우리 기업의 이름과 로고"라며 "길가에 붙어있는 기업 홍보판을 보면 가슴에 찡하게 와닿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뉴델리=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