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도 눈을 거의 못붙였더니…." 초췌한 얼굴로 서울 서초동 찻집에 들어선 소프트맥스의 최연규 컨텐츠개발실장(31)이 계면쩍은 듯이 말을 건네왔다. 그의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보였다. 내달께 일본 시장에 내놓을 플레이스테이션2(PS2)용 게임타이틀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의 마무리작업으로 한창 바쁜 탓이다. PS2타이틀로는 사실상 국내 첫 작품인 마그나카르타는 일본에서 벌써부터 호평받고 있다. 일본 현지 게임전문가들이 드래곤퀘스트Ⅷ 메탈기어솔리드3 등 세계적 콘솔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대작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3년에 걸쳐 마그나카르타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최 실장은 "게임성이나 완성도면에서 마그나카르타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그만큼 거는 기대도 크다. 그는 "일본 파트너들은 최소 15만장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히트작들이 대개 1백만장가량 팔리는 추세임을 감안,70만∼80만장까지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마그나카르타가 나오기까지 숱한 우여곡절도 겪었다. 시쳇말로 무려 3차례나 갈아엎었다. 최 실장은 "콘솔게임을 만들어본 경험이나 노하우가 전무한 상태에서 개발에 착수한 탓에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혈액형이 A형인 최 실장은 무척 꼼꼼한 편이다. "그냥 모른채 해도 좋을 소소한 일에 집착하기도 한다"며 "가끔은 대범하게 큰 그림만을 그려야지라고 다짐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성격은 후배들에게 피와 살이 돼 돌아갔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Ⅱ' 개발팀에 그의 밑에서 실력을 기른 개발자들이 수두룩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 소프트맥스는 게임개발자 사관학교로 통한다. 최 실장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인간문화재'로 불린다. 국내 게임산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게임으로 바뀌었는데도 PC나 콘솔 등 패키지게임에만 집착하는 탓이다. 그의 변(辯)은 명쾌하다. "너도나도 돈되는 온라인게임 개발에만 뛰어들면 국내 게임산업은 기형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누군가는 콘솔과 PC 패키지게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