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석유 보조금이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들에서는 에너지 가격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지만 아시아에서는 많은 국가들이 예상치 못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부터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석유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WSJ는 "보조금 제도가 지속돼 석유 가격이 국제시장 가격보다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가계나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소비자들,석유값 비싼줄 모른다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일반 소비자들은 실생활에서 유가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말레이시아는 지속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올 들어 9월까지 석유 보조금으로 35억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억달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덕분에 말레이시아 소비자들은 국제 가격보다 65% 저렴하게 휘발유를 사용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석유 보조금이 올해 6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2억2천만명)로 많은 인도네시아가 의료 및 교육에 지출하는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다. 인도네시아 국내 석유값이 국제가격보다 60% 싼 것도 보조금 때문이다. 태국도 올해 10억달러의 석유 보조금을 이용,디젤 가격을 시장가보다 35%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보조금 제도는 없지만 석유가격 변동 폭을 해외 시장가격의 상하 10% 이내로 엄격히 제한,소비자는 이익을 보는 대신 석유기업들이 손해를 떠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석유 보조금 지급으로 정부재정 압박 골드만삭스의 애덤 르 메슈리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보조금으로 아시아 경제는 그동안 배럴당 40∼50달러의 고유가를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유가로 인한 재정 압박을 감추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 보조금 때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다른 지출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에너지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보조금은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최근 유가 급등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석유 소비가 크게 늘었던 데 기인한다. WSJ는 "석유 보조금은 자가용을 보유한 아시아의 중산층에만 혜택을 주는 제도"라며 "정작 빈곤층에 돌아가는 정부 보조금은 계속 줄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