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가을 신상품이에요 손님,50% 할인해 드리는 겁니다." 세일 행사가 한창인 지난 주말 오후,시내 한 백화점 행사장 직원이 매대에 쌓인 물건을 집어들며 하는 말이다. 2만5천원짜리 브랜드 바지를 만지작거리던 한 주부 고객은 "에이,여기 오는 물건은 다 이월 상품 아니에요"하면서 미심쩍어 한다. 손사래를 치며 제조일자를 확인해주는 직원.그러자 바지를 꼼꼼히 살펴보던 고객은 곧 값을 지불하고 발 디딜 틈 없는 행사장을 총총히 빠져나간다. 백화점에서 의류 신상품이 행사장으로 직행하고 있다. 철 지난 '재고 상품'이나 정상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기획상품'판매처였던 행사장에 '가을 신상품'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불경기라 고객들이 워낙 행사장에만 몰리는데다,가을 신상품이 거의 팔리지 않는 데 따른 의류 업체들의 고육책이다. 업체들은 9월 초 매장에 내놓았던 정상품들을 한 두달만에 최대 50%까지 가격을 떨어뜨리며 경쟁적으로 행사장에 보내고 있다. 때문에 '요즘 행사장을 채우는 물건의 30% 정도는 신상품'이라는 것이 매장 관계자의 증언이다. 백화점의 한 캐주얼 브랜드 매니저는 "가격 인하를 실시하는 신상품 종류가 의류를 포함,작년에 비해 2배 정도 늘어났다"며 "다른 매장들도 거의 행사장에 신상품을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매장에서도 신상품 값 떨어뜨리기 경쟁은 마찬가지.강남의 한 남성복 매장은 세일 행사를 진행하면서 신상품에 대해 30% 가격 인하 행사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었다. '가격 인하'는 세일이 끝나도 판매가가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업체에는 큰 부담. 그러나 "손님들이 매장에 와서도 할인되는 물건만 찾으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매장 직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소비자들이 구입한 의류(1억3천4백66만벌) 중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의류는 8천9백1만벌로 무려 66.1%에 달했다. 제 값에 사는 옷이 열 벌 중 네 벌이 채 안되는 실정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의류는 브랜드 이미지가 생명인데 자꾸 가격을 떨어뜨리면 이미지 추락은 시간문제"라면서도 "계속된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가격할인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y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