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공장을 팔고 전주공장으로 이전하려는 LG전선의 계획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LG전선은 중앙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에 호응,군포공장의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군포시가 각종 행정조치를 동원해 이전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군포시는 LG전선 군포공장 부지 7만8천여평을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해주지 않기로 결정한데 더해 최근 해당 부지 일부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군포시의 조치로 이 부지는 길게는 5년간 아무런 개발행위도 할 수 없게돼 매각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LG전선은 건설교통부 군포시와 재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꼬여가는 군포공장 매각


LG전선 군포공장은 국철 군포역 바로 앞에 위치해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노른자위' 땅.지난 1983년 4백억원을 주고 사들인 이 땅은 현재 장부가 2천1백억원,공시지가 2천4백50억원에 이르는 특급부지다.


LG전선은 사출기 농기계 주물 사업부가 자리잡은 이 공장을 팔고 전주공장으로 이전하기 위해 수 년전부터 건교부 전라북도 군포시 등과 협의해왔다.


물론 관건은 군포공장의 용도를 주거용으로 변경,비싸게 팔 수 있느냐는 것.


건교부와 전북도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최대한 도와줘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군포시와 경기도는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군포시가 해당 부지를 아예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어 버린 것이다.


군포공장은 땅덩어리가 워낙 커 공장용지로 팔려면 부지를 20∼30개로 쪼개야 한다.


그러나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인 곳은 통상적으로 분할매각시 적용되는 감보율(전체면적 중 도로 공원 등 공공부지로 기부채납하는 면적 비율)이 일반지역(15∼20%)보다 훨씬 높은 35% 수준까지 올라가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하다.


◆"떠나겠다" vs "안된다"


LG전선이 군포공장을 팔려는 것은 단순한 '땅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다.


공장 이전을 계기로 사출기 농기계 주물 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 및 효율화 작업을 단행하는 동시에 매각대금을 토대로 신규사업을 벌이겠다는 게 LG전선의 의도다.


내년말까지 공장을 이전할 경우 △7년간 법인세 50∼1백% 감면 △공장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3년간 납부 유예 △이전지역 부동산에 대한 취득·등록세 면제 △이전자금 장기저리 융자 등 중앙정부와 전북도가 제시한 '패키지 인센티브'도 LG전선의 '전주행'을 부추기고 있다.


LG전선 관계자는 "군포공장 매각작업이 꼬이면서 신규사업 진출 및 사업부 구조조정 계획 등 경영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혜택과 장기 경영전략을 고려할 때 전주 이전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G전선을 순순히 내보낼 수 없다'는 군포시의 입장도 완강하다.


LG전선이 떠나면 군포시 지역경제의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주거지로 용도변경해줄 경우 생길 특혜시비도 부담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한때 89%에 달했던 군포시 재정자립도가 지금은 74%까지 떨어졌다"며 "기업을 하나라도 더 유치해야할 판에 LG전선 같은 대기업을 어떻게 떠나보내느냐"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