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기업에 대해 여신회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신용등급이 일시에 2단계 이상 하락하거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 좋지 않은 소식이 보도된 경우 등이 그 기준이다. 이에 따라 은행 실무자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무리한 대출회수와 이로 인한 기업 자금난 문제가 완화될 전망이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여신한도 감액.정지 기준 공동안"을 마련,은행별로 여신규정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상당수 은행들은 이 공동안을 반영한 새 여신규정을 이달 초부터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안은 은행이 여신한도를 줄이거나 기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유를 크게 '차주 신용상태의 현저한 악화'와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 등 두 가지로 규정했다. 차주 신용상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여신회수 기준은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한 경우 △경영실권자를 변경해 정상적인 여신거래 유지가 어려운 사유가 발생한 경우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결과 감사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로 제시된 경우 등이다. 또 신문 TV 등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에 채무자 신용상태의 현저한 하락이 예상되는 뉴스(예:화의,법정관리 신청설 등)가 보도된 때 △채무자의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가 시작됐을 때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법적분쟁이 발생했을 때 △기한이익 상실사유(부도 등)가 발생했을 경우 등에도 여신회수 조치를 당하게 된다.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에서는 경영실권자의 경영능력이 기업 신용판단의 주요 기준이 된다"며 "경영실권자 변경은 기업신용 악화사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사의견이 부적정이나 의견거절로 나왔다는 것은 재무자료를 고의로 분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채무자에 대한 악성루머가 있는 경우도 기업 신용상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불량만두소 제조파동과 같은 대형 사건이나 거액 소송 등에 연루된 경우 기업의 존폐까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여신감축의 기준으로 삼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동안은 또 국가경제와 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과 관련된 여신회수 사유로는 △국가 또는 은행의 신용등급이 2단계 이상 하락,조달금리 폭등 등으로 은행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외환유동성 위기 등으로 정부가 국제기구에 긴급자금을 요청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은행이 지급여력 부족 등으로 한국은행에 유동성 조절 대출 등을 요청한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국가경제·금융사정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한 경우 등을 꼽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은행마다 대출회수 기준이 다르고 회수근거도 추상적인 문구로 표현돼 있어 대출을 회수할 때마다 기업들과 시비가 붙곤 했다"며 "앞으로는 은행의 주관적 판단이 상당히 줄어들어 기업들도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