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공정거래위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치권과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국내 최고 우량기업이 투기자본에 공격을 당할 경우에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에릭슨 사브 ABB 스카니아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을 계열사로 거느린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처럼 오너 일가에 차등 의결권을 부여받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다른 주식에 비해 의결권을 높여주되 배당 등의 경제적 이득은 제한하는 주식. 이 주식을 갖고 있는 미국 포드 일가도 5%의 지분으로 40%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대신 증권거래법의 5%룰(5%의 지분을 매집하면 공시토록 하는 규정)과 외국인투자촉진법의 10%룰(외국인이 국내기업 주식 10%를 취득할 경우 사전 신고토록 하는 규정)을 대폭 강화해 해당 기업이 단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또 비상시에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고 제3자의 공개매수 기간에 신주나 CB(전환사채) 발행을 제한하고 있는 법령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빠른 시일 내에 이 같은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정치권에 의원입법안의 형태로 제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