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개꼴...경연.경시대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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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모 대학과 학원이 주관한 중·고생 대상의 학력경시대회에서는 응시생 5만여명 중 5천여명에게 시상을 했다. 예선을 통과한 학생 전원에게 대학 총장 명의의 상장이 하나씩 주어졌다.
'수상자 가운데 서울대 ??명,특목고 ???명 진학' 등 광고도 입시학원 못지 않았던 이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참가비 2만∼3만원에 기출문제집 구입비,경시대비반 수강료 등을 합해 수십만원씩을 썼다. 이 대회를 주최한 학원은 수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한해 1천여건 이상이 열려 연간 1조원 이상의 사교육비 지출을 초래하던 각종 경시·경연대회에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진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학년도 대학 및 고교 입시부터 각종 경시·경연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경시·경연대회의 70%를 폐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진학에 유리한 조건 갖추기에만 몰두하는 학생,학부모가 있고 이를 부추기는 일부의 상업주의적 접근으로 경시대회가 남발돼 엄청난 사교육비가 지출되고 있다"며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축소·폐지를 유도해 국제올림피아드 등 국내외 각종 권위있는 대회만 살려두겠다"고 설명했다.
◆대회 하루 3회꼴
경시대회는 지난 98년 교육부가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게 하겠다"며 학생부에 경시대회 수상경력을 기록하게 하면서 급증했다. 98년 68개였던 대회 수가 2002년 1천31개까지 늘었다. 하루 3.1회 꼴인 셈. 참가자도 초등생 33만여명 등 58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경시대회 참가를 위해 쓰는 비용도 2002년 기준으로 연간 1조5백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시대회에서 상을 타도 대학 합격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회 교육위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에 따르면 2003년 서울지역 21개 주요 사립대학이 연 경시대회 입상자가 1만2천여명에 달했으나 최종 합격자는 1백76명으로 합격률이 1.4%에 불과했다.
모 대학 관계자는 "대학은 주최측 이름만 빌려주고 문제출제,접수,관리부터 수상자 결정까지 모두 시행사에서 한다"며 "가산점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70% 이상 폐지 유도
교육부는 우선 시·도교육청의 경시대회를 축소·폐지하도록 하고 특목고 입시 등에서도 경시대회 수상실적을 반영하지 않도록 권장키로 했다. 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주관·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대회를 줄이되 이런 대회의 입상실적만 학생부에 기재키로 했다.
대학이 여는 경시대회도 축소·폐지를 유도하고 수상실적을 반영하는 특기자 특별전형도 줄이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권위있는 경시·경연대회 수상실적은 예외적으로 반영하도록 하되,대학별 입학전형 세부계획과 홈페이지 등에 대학 측이 반영하는 경시·경연대회를 명시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번 개선방안을 통해 2002년 기준 총 6백70개 대회 중 70%인 4백70여개 대회가 사라져 참여 학생이 58만여명에서 17만여명으로 줄고,사교육비도 7천3백억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