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 같은 꽃들이 무리져 물결치는 갈대와 억새는 늦가을의 상징이다.


세월의 무게가 담긴 노인의 백발을 연상케 하는 억새와 갈대에는 가을의 무채색 정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흑백톤의 장관은 화려한 단풍보다 한층 깊은 정서적 만족을 주기도 한다.


억새와 갈대는 외관상 비슷해 보이지만 식물학상으로는 완전히 다른 종류다.


이들을 간단하게 구별하는 법은 갈대는 물가에,억새는 마른 땅에 산다는 점.


이삭 역시 차이가 있다.


갈대의 이삭은 뭉쳐 있는 반면 억새는 한 올 한 올 분리돼 있다.


11월 중순까지 절정인 억새와 갈대밭을 찾아가 본다.


< 억새 >


◇화왕산(경남 창녕)=화왕산 정상의 평원은 가을이면 은빛 억새 물결로 가득 찬다.


3시간 남짓한 화왕산 산행은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창녕여중에서 시작한다.


40분쯤 오르면 도성암.통도사의 부속 암자로 깔끔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성암에서 정상에 이르는 50여분의 여정은 '환장고개'로 이름 붙여질 만큼 가파르고 힘들다.


고개가 끝나는 곳에는 5만6천평의 분지가 펼쳐진다.


이곳이 억새 군락지다.


인근 우포늪에서는 억새와 비슷한 갈대의 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창녕군청 문화공보과 (055)530-2238


◇민둥산(강원 정선)=산 꼭대기에 나무가 없는 산이라 민둥산이라 불린다.


예전에는 산나물이 많이 나도록 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씩 불을 질렀단다.


요즘은 일부러 불을 내지는 않지만 여전히 산은 밋밋한 채 남아 있다.


그곳에 가을이면 억새꽃이 만발한다.


민둥산은 가족 산행에도 알맞다.


힘든 코스가 없고 산행시간도 짧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서 오간다 해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 서면 태백산을 비롯한 백두대간 연봉이 코앞에 다가오고 산 아래로는 시원한 경관이 펼쳐진다.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033)566-2361


◇한라산(제주)=제주는 전체가 억새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삼다도 특유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는 가을이면 교외 어느 곳에서든 만날 수 있다.


억새가 아름다운 곳은 남제주군 안덕면 1115번 산록도로와 1119번 관광도로변.'억새 오름길'이라고 부르는 이 도로 양 쪽에는 끝없는 억새 물결이 이어진다.


제주 동편 남북을 가로지르는 남원∼조천간 1118번 도로 주변에도 억새가 많다.


1112번 도로 옆 산굼부리로 이어지는 교래사거리 주변 역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억새코스.산굼부리 5만여평에도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제1도깨비도로와 서부산업도로를 잇는 1117번 산록도로는 일몰 때 억새 물결이 특히 아름답다.


해질무렵 서쪽을 바로 보면 은빛 억새 물결이 석양과 어우러져 금빛으로 변하면서 춤을 춘다.


제주도 관광협회 (064)745-0101


◇명성산(경기 포천)=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억새 명소로는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을 들 수 있다.


이곳이 억새의 명소로 더욱 이름을 날리는 이유는 주변 경관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명성산 억새는 남한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성산 등산로는 난이도가 다른 몇 가지 코스가 있다.


어느 길을 택하든 등룡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억새 군락지가 시작된다.


삼각봉 9부 능선에 이르면 어마어마한 억새능선이 펼쳐진다.


또 정상까지 올라가면 철원평야와 한탄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광덕산 주흘산 명성산으로 이어진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포천군청 문화관광과 (031)530-8068


< 갈대 >


<>금강 하구둑(충남 서천)=금강은 전북 군산과 충남 서천(장항)사이에서 서해로 빠져 나간다.


뱃길을 이용해야 했던 군산과 장항 사이는 둑이 연결되면서 사시사철 관광객이 모이는 내수면 관광지가 됐다.


갈대는 하구둑에서 약간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나타난다.


너른 하구의 물빛을 배경으로 누렇게 익어가는 갈대꽃이 일품이다.


이곳은 겨울이면 토박이 새들과 고니,검은머리갈매기 등 철새가 어울려 새들의 천국을 이룬다.


농어촌진흥공사 금강사업단 (063)450-9999


<>보길도(전남 완도)=고산 윤선도가 난세를 등지고 들어갔던 보길도는 본섬에 꼬리처럼 가느다란 땅덩어리가 붙어 있는 형태를 지녔다.


이 반도형 지형이 시작되는 곳에 통리해수욕장이라는 모래가 맑은 바닷가가 있고 그 앞에 보길저수지가 있다.


가을이면 저수지는 전체가 갈대밭이 된다.


저수지를 바라보면 황금빛 파도가 일고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면 비취 빛 파도가 인다.


보길면사무소 (061)550-5611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