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ceo@secui.com > 얼마 전 대학생인 딸아이가 깜찍한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와서 사진을 찍자며 가족들을 불러모았다. 그러면서 본사가 있는 일본에서 조차 출시가 안된 제품을 자신이 먼저 사용하는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딸아이의 말대로 올림푸스한국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이 제품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고 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호기심이 많고,인터넷이 발달해 제품반응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제일 먼저 선보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의 '테스트 마켓'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일 곳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첨단 디지털기기는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정도라고 한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제품 만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충분한 사전 테스트나 고객의 의견을 들을 새도 없이 시장에 내놓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과 욕구 파악까지 세계적인 기업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다. 기술력만 믿고 제품개발을 시작했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제품을 사용할 고객의 마음부터 읽어야 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소비자의 위치에서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 개발을 해야 한다. 개발자의 욕구가 우선적으로 반영된 제품은 개발과정에서의 만족감만 높일 뿐,소비자들에게는 거리감있게 다가올 수 있다. 소비자를 파악한다는 명분으로 너무 많은 선택 가능성을 제시해선 안된다. 좋은 디자인 제품이라도 그 디자인이 업무에 방해되거나 필요이상으로 많은 기능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때,그 제품의 매력은 한없이 떨어진다.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선택 가능성을 제시할 때 소비자의 만족도가 올라가며 제대로 된 피드백도 얻을 수 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신제품이 나오면 제일 먼저 써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송사 송출 화면 좌우가 조금씩 잘리는 것을 개선토록 한 '숨겨진 1인치를 찾은 TV', 외국인의 큰 손에 비해 너무 작은 휴대폰의 버튼 크기 등을 키우게 한 '이건희 핸드폰' 등은 이 테스트를 거친 후 히트상품이 됐다. 이는 그룹 총수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필요로 할 때 만들어내는 기업에만 '성공의 영광'이 돌아가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