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외국자본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비상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이미 외국인 지분율이 57.7%에 이르는 상황에서 금융계열사 의결권한도를 30%에서 15%로 줄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외국자본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등 외국인 대주주의 간섭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한해 15조원의 순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인이 큰 돈 안들이고 손쉽게 장악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공정법 개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달리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실정에서 그나마 보호막 역할을 하는 금융계열사 의결권마저 줄이면 외국인들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공정법 개정안은 국내기업의 무장을 해제시켜 외국자본의 지배를 더욱 쉽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투기성 외국자본의 의결권은 인정해 주고 국내 기업의 의결권만을 제한하는 것은 외국에도 없는 역차별적 규제다. 주식은 소유하게 하면서 그 본질인 의결권 행사를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점에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기업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경우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래 유망사업 발굴과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할 기업이 비생산적인 경영권 방어에 골몰하다 보면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기업활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용창출도 어려워지면서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리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까지 갉아먹게 된다. 따라서 국민경제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도 공정법 개정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아울러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자사주 의결권 부여,사모펀드 활성화 등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경영권 안정이 전제돼야 투자도 확대된다는 점은 따로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