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고용없는 성장'의 불가피성을 예견하면서도 인재 확보에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체 조사대상의 58.8%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우수 인재 확보없이 미래 사업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력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응답은 삼성 한 곳에서만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매년 1천명 이상의 이공계 인력을 충원해 글로벌 경쟁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경기 침체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력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급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17개 그룹 중 10개 그룹은 '중국이 앞으로 5년 이내에 한국 기술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가전 통신 분야에서는 2∼3년 정도의 근소한 기술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도 다수 있었다. 이상운 효성 전략본부장은 "이미 화섬업종의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범용제품은 기술력이 대등해졌다"고 평가했다. 선진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기술 이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동시에 중국이 보유한 인력풀이 우수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열릴 때까지 중국의 빠른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들은 중국의 빠르고 거센 추격을 피하기 위해선 신사업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가능하면 기존 사업과 연관있는 첨단 사업에 투자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바이오·생명공학 대체에너지 정보기술(IT) 로봇·환경정화 문화콘텐츠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꼽았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