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세계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원유 생산량은 적으면서 소비는 급증하고 있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각국 경제가 고유가 충격에 가장 취약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보도했다. ◆아시아 고유가에 취약=도이치뱅크의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스펜서는 "아시아 지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고유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고유가가 아시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선진국의 내수를 둔화시켜 아시아 수출경기에 큰 타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가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아시아 지역 경제 성장률은 0.8%포인트씩 낮아진다. 아시아 국가들의 석유 소비는 국내총생산의 4.5%에 달하는데 이는 선진국의 약 3배에 해당한다. 아시아는 전 세계 석유 생산의 10분의 1을 담당하지만 소비는 이의 두 배가량이다. 일본은 한 방울의 석유도 생산하지 못하고,중국은 하루 소비량 6백만배럴의 약 절반을 수입한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이 같은 이유로 중국이 고유가의 주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40달러만 돼도 중국의 인플레이션율을 2%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스펜서는 특히 한국을 지목,"수출이 유일하게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미 낮아진 수출 증가율이 더욱 떨어지면 한국은 내년에 성장을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딜레마=아시아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고유가로 서로 상충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성장을 위해서는 느슨한 통화정책을 펴야 하나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긴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은 지난 8월 금리를 내렸지만 중국은 반대로 과열경기를 식히기 위해 긴축을 실시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여러가지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인상은 국내 소비와 수출을 모두 위축시킬 수 있다. 아시아 각국은 외환위기 때에 비하면 비교적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무역수지 악화에서 오는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외환보유액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며 지속적인 유가 상승은 아시아지역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도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