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온라인게임 강국'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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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서비스되는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절반 가량이 불법 서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게임전시회 '차이나 조이'에서 만난 중국 게임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불법 서버란 온라인게임의 소스코드를 빼내 사설로 운영되는 게임 서버로 손쉽게 게임 아이템을 얻고 게임 레벨을 높일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는 덜하지만 중소도시에서는 불법 서버가 판치고 있다"며 "중국에서 인기 정상을 달리는 '미르의 전설2'의 경우 40% 이상이 불법 서버 이용자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불법 서버가 갈수록 기업화되고 있다"며 "심지어 일부 게임 업체들은 게임 요금을 대폭 낮춰주는 등의 방식으로 불법 서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 온라인게임을 수입한 중국 업체들이 암암리에 불법 서버를 용인하는 대가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중국 정부가 불법 서버 퇴치에 나서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한마디로 한국 게임업체들이 중국 게임 서비스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 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뮤'의 중국 서비스 업체인 더나인닷컴 관계자는 "중국 전역의 PC방과 불법 서버 운영자 등에게 공문을 보내 경고만 해둔 상태"라며 "불법 서버를 뿌리뽑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는 연초부터 불법 서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한국 게임 베끼기'도 위험수위에 달했다. 중국 샨다가 개발한 '전기세계'는 위메이드의 '미르'를 표절,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고소됐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 더나인닷컴이 내놓은 '쾌락서유'도 넥슨이 서비스하는 '메이플 스토리'와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횡행하는 불법행위는 더이상 눈감아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와 게임업체들이 지금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온라인게임 강국'은 물건너가고 불과 1,2년안에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
상하이=박영태 IT부 기자 pyt@hankyung.com